■ 실베스터 스탤론, 20년만에 ‘람보4’ 주연지구상에서 가장 끔찍한 미얀마 참상 알리려감독-각본도 맡아… 약 먹어가며 맨몸 액션액션 히어로의 대명사 ‘람보’가 ‘람보3’(1988년) 이후 20년 만에 ‘람보4: 라스트 블러드’(28일 개봉)로 돌아온다. 20년 만이다. 물론 주연은 실베스터 스탤론이다. 그의 나이 예순둘. 최근 액션 히어로들에 비하면 ‘아버지’뻘이다. 작년에 ‘록키’ 시리즈 6편 ‘록키 발보아’도 만들었지만, 욕심이 과해 보이기도 한다. 왜 돌아왔을까. 미국 NBC방송, 제작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속내를 들여다봤다. 그는 ‘록키 발보아’ 때와 마찬가지로 이 영화에서도 감독 각본 주연 등 1인 3역을 해냈다. “‘록키 발보아’처럼 시리즈를 적절하게 끝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람보3’에서 아프가니스탄을 다뤘지만 성공적이지 못했죠. 그런데 지금 미얀마는 지구상에서 가장 끔찍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두 가지 목표(영화도 만들고 실상도 알리는)를 달성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미얀마는 소수 민족에 대한 군부의 무자비한 탄압이 멈추지 않는 인권의 사각지대. 은둔한 채 살아가는 람보에게 선교사들이 찾아와 미얀마로 안내해 달라고 한다. 처음에 거절했던 람보는 간곡한 부탁에 못 이겨 숱한 위기를 넘기면서 선교단을 안내하고 돌아온다. 그러나 람보는 며칠 뒤 그들이 납치됐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그곳으로 향한다. 영화는 눈 뜨고 볼 수 없는 장면이 가득하다. 스탤론은 “의도한 바”라고 했다.“영화를 보다가 몇 번이고 고개를 돌리지 않는다면 내가 실패한 겁니다. 미얀마의 상황은 더 심하죠. 단순한 내전이 아닙니다. 고문하고 목을 베고 사람들을 산 채로 파묻는 일이 벌어지고 있어요.”미얀마의 인권 상황은 국제적 주목을 크게 받지 못하고 있다. 스탤론은 평단으로부터 외면 받은 이 피비린내 나는 오락영화를 통해 ‘뭔가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어 한다. 영화 속 람보가 미얀마의 현실에 분노하고 선교단을 구원하는 일을 통해 자신도 함께 구원한 것처럼. 그는 컴퓨터 그래픽이나 와이어 액션, 스턴트 없이 ‘옛날 방식’으로 영화를 찍었다.“모든 게 기계화한 세상인데, 그런 건 다 포기했어요. 한마디로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골동품 같은 영화입니다. 40도가 넘는 무더위 속에서 정글을 달리는 건 예사였고 열대 폭우에 만신창이가 되고 곤충과 뱀한테도 시달렸죠. 정말 힘들었습니다. 다들 끝나고 ‘절대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하더군요.”그는 감독을 맡은 것에 대해서는 “람보가 람보를 감독했다”며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스탤론은 지난해 5월 인체성장호르몬을 소지하고 호주에 갔다가 시드니 공항에서 금지 약물 밀반입 혐의로 벌금형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인공적으로 몸을 만든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받자 “약물은 효과를 촉진시킬 뿐 몸을 만들기 위해선 수년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약물로 몸을 만들 수 있다면 모두 슈퍼맨이 될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영화 촬영 내내 약물의 도움을 받았다고 하니, 이제 액션 스타를 하기에는 나이가 너무 들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연기가 다른 배우들에게 용기를 줄 것이라고 말한다. “많은 배우가 이러겠죠. ‘그가 할 수 있다면 나는 왜 안 되겠어?’ 하고 말입니다. 더구나 우리 베이비 붐 세대(미국 베이비 붐 세대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부터 1960년대까지 출생한 이들을 가리킨다)는 200세까지도 살 것 같아요. 근데 왜 안 해요?”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