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한국형스토리’할리우드서통한다

입력 2008-03-2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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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감옥에 15년 동안 감금돼 감자튀김만 먹으며 복수를 꿈꾸는 브래드 피트, LA 주택가를 밤새 뛰어다니는 추격자 로버트 드니로, 미시시피 강에 나타난 괴물과 싸우는 톰 행크스. 곧 전 세계에서 개봉되는 영화에서 이런 장면을 볼지 모른다. 최근 ‘추격자’까지 할리우드에 리메이크 판권이 판매된 한국 영화가 25편이 넘었다. 이미 촬영을 끝내고 개봉을 앞둔 영화만 2편. 한국영화 리메이크 판권 수출은 1999년 30만 달러에 이십세기폭스에 판매된 ‘텔미썸딩’이 문을 열었다. 이어 ‘시월애’가 2005년 50만 달러로 워너브라더스에 팔렸고, ‘공동경비 구역 JSA’가 100만 달러, ’조폭마누라‘ 95만 달러, ’엽기적인 그녀‘ 75만 달러가 뒤를 이었다. 2003년 ‘장화,홍련’은 200만 달러의 높은 가격으로 리메이크 판권이 드림웍스에 판매됐다. 최근에는 ‘추격자’와 ‘세븐데이즈’가 흥행 성공과 함께 각각 100만 달러로 판매됐다. ‘괴물’은 60만 달러에 유니버설에 판매 돼 마이클 베이 감독이 연출자로 유력하고 ‘친절한 금자씨’는 샤를리즈 테론이 제작과 주연을 함께 맡았다. ○ ‘추격자’ 등 리메이크권 판매 영화 25편 ‘추격자’의 경우 제작사 비단길의 김수진 대표가 리메이크 영화의 공동 프로듀서를 맡는다. 미국 박스오피스 성적에 따른 추가 보너스도 받는 계약을 맺었다. 2001년 ‘조폭마누라’는 미라맥스에 판권을 팔며 전 세계 흥행수입의 5%, 한국 배급권을 받기로 했다. ‘투 어테일 투시스터즈’라는 이름으로 곧 개봉되는 ‘장화,홍련’은 계약 시 100만 달러, 제작이 시작때 100만 달러 추가 지급, 미국 박스오피스와 전 세계 총 수익금의 일정 지분을 약속했다. 미국 영화사의 한국영화 리메이크판권 수집은 ‘재주는 충무로가 넘고 배불리는 건 할리우드’라는 비판과 해외시장 개척의 첫 단추라는 긍정적 시각이 공존한다. ‘시월애’의 리메이크 버전인 ‘레이크 하우스’는 톱스타 키아누 리브스와 산드라 블록이 주연을 맡아 4000만 달러의 제작비로 전 세계에서 1억1500만 달러의 극장수입을 올렸다. 미국시장의 2000년 이후 평균 자국영화 점유율은 94%(영진위자료실)대로 국내 영화의 직접 진출이 어렵다. 그만큼 완제품은 아니지만 이야기를 수출하는 할리우드 리메이크의 의미가 높다. ‘세븐데이즈’를 미국에 수출한 프라임엔터테인먼트 엄용훈 제작본부이사는 “이윤을 낼 수 있는 새로운 판로 개척의 의미가 있었다. 특히 미국의 메이저 신규 파트너를 개척하면서 앞으로 공동 프로덕션으로 확대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 판매 무효되지 않게 계약 주의해야 반대로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캐리비안 해적’의 고어 버번스키 감독은 “한국영화의 할리우드 리메이크에 반대한다”며 “할리우드가 아시아영화 고유의 색깔을 파괴하고 있다”고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국내 영화업계 일부에서도 직접 수출이 아닌 리메이크판권 판매를 걱정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엄 이사는 “‘세븐데이즈’는 리메이크판권도 수출했지만 영화의 북미배급권도 함께 판매됐다. 완성된 작품도 수출되고 할리우드에서 영어로 또 다른 영화가 제작되는 시스템이면 국내 영화에 이로운 점이 많다”고 밝혔다. 리메이크 판권이 팔렸다고 해서 영화가 제작되는 것은 아니다. ‘시월애’는 5년이 지나서리메이크 영화가 개봉됐다. 할리우드에 리메이크 판권이 판매되면 발표된 수십만에서 수백만 달러의 금액에 관심이 쏠린다. 사실 25편이 넘는 리메이크판매 영화 중 상당수는 총 계약금의 2%만 받은 경우다.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지 않지만 일부 영화는 사실상 계약이 취소된 경우도 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2003년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계약 후 3년 안에 제작이 시작되지 않으면 자동으로 무효가 되는 조건도 많다. 이경호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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