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희의G레터]신기한직업‘GM’,온라인게임의‘보안관’

입력 2008-04-1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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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 사는 A씨는 서둘러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차를 타고 서울로 가는 중. ‘도대체 어떻게 생긴 인간인지’ 확인하려는 심산이었다. 온라인게임을 하다가 말싸움이 붙은 상대방과 “그래 얼굴 한번 보자”는 말을 주고받고서는 그대로 실천 중이다. 내리자마자 머리 속에 갖고 있던 인상착의의 사람에게 다가가 찾고 있던 이란 것을 확인하고는 바로 주위 사람들을 아랑곳 하지 않고 큰 소리로 싸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판 제대로 씨름을 하고서 둘은 이후 좋아하는 온라인게임을 공유하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 이 같은 예는 흔치않지만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다중접속(MMO, Massively Multiplayer Online)이라는 이름이 붙은 온라인게임을 예로 들면 이름 그대로 많은 이들이 한꺼번에 접속하여 다같이 캐릭터를 키우고, 같은 맵에서 모험을 진행하는 데 이 와중에 크고 작은 다툼들이 있을 수 있다. 특히 즐기는 온라인게임에서 애지중지 키운 캐릭터는 그야말로 가상현실의 내가 되어 자신의 캐릭터에 대한 남들의 비판(?)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고, 게임 중에 생긴 이익물(?)에 대한 이해다툼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온라인게임에서의 ‘법과 질서’는 어떻게 지켜질까? 물론, 게이머의 도덕, 양심, 에티켓, 배려 등이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다양한 사람들의 자발적인 선의에도 불구하고 가끔 다툼이 발생할 때는? 여기서 필자는 일종의 보안관 혹은 질서 유지자 역할을 하는 직업군을 소개하려 한다. 온라인 게이머 외의 사람들에게 다소 생소한 GM이라는 직종이다. GM은 게임마스터(Game Master)로 해석되기도 하고 게임매니저(Game Manager)로 통하기도 한다.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궁금증 답변, 전화답변, 게임이벤트 진행 등 온라인게임 밖에서도 무수하게 많은 일을 진행하지만 온라인게임 내에서 모든 이들이 불편하지 없도록 공정하고 쾌적한 게임 환경을 만드는 것도 큰 의무다. “∼∼GM님, OOO가 저랑 아이템 바꾸기로 해놓고 제 것만 가져간 뒤 사라졌어요” 등의 항의를 확인하고 다시 중재하는 것도 GM의 몫이다. 수시로 GM캐릭터 복장을 갖추고 ‘현장’에 출동하기도 한다. 비교적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게임개발자나 폼 나는 마케팅과 달리 뒤에서 묵묵히 일하는 고된 직업이기도 하다. ‘고객지원실’ 혹은 ‘콜센터’ 같은 딱딱한 이름 뒤에서 수많은 고객 개개인의 온라인게임에서의 안녕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것이다. 연령대가 낮은 게임의 경우, GM을 스타처럼 좋아해주는 ‘팬’들이 있어 GM들의 사기를 북돋아주기도 한다. 그러나 연령대가 높은 온라인게임의 경우 험악한 표정을 짓고 회사에 직접 와서 격렬하게 항의를 하는 게이머들도 많다고 한다. 이럴 때도 나서서 대화를 나누고 오해를 풀고 해법을 고심하는 주체도 GM인 것이다. 만일 자녀가 온라인게임을 좋아할 경우, 게임의 내용도 반드시 봐야겠지만 게임을 서비스하는 GM들의 철학, 성실성과 온라인게임 현장의 분위기도 한번 참조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정은희 액토즈 소프트 홍보팀장. 스포츠 기자를 그만두고 유학을 꿈꾸다 현실의 벽에 부딪쳐 홍보판에 뛰어든 별난 여인. 뒤늦게 빠진 게임의 매력에 밤새는 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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