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픔스토리]프라다는나일론을입었다

입력 2008-04-1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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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프라다를 입지 않았다!’ 강남의 모 브랜드 행사장에서 그녀들의 프라다 나파 고프레 백을 본 나는 ‘왜 프라다가 고급이 되지 못할까?’하는 생각을 한다. 나파 고프레 백은 아주 부드러운 양가죽을 사용해서 좀더 풍부한 질감을 살려 디자인된 세련된 백이다. 하지만 그 백은 왠지 앤티크 효과를 최대한 과장하여 스스로 오리지널리티를 보여주고 싶어 하는, 그리고 쓸데없는 버클장식은 아주 시크한척 보이고 싶어 하는 프라다를 정확하게 대변하고 있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PPL 최고 수혜자는 프라다일 거다. 프라다하면 떠오르는 것은 사실 악마가 아닌 악마가 되고 싶은 워너비들이다. 20세기 말 가죽의 무거움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으며 검은색 나일론 가방을 예찬하던 때가 있었다. 당시 그 가방은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었다. 명품이라고 불리는 브랜드 백이 대부분 최상급 가죽과 고급 천연섬유를 소재로 이용했지만 프라다는 검정색 포코노 나일론을 소재로 고정 관념을 완전히 깨뜨렸다. 포코노 나일론은 낙하산을 만드는데 사용된 소재였지만 아이디어의 전환이 새로운 패션을 만들었다. 프라다는 1913년 마리오 프라다가 밀라노에 가죽제품 전문매장을 오픈하면서 시작됐다. 손녀 미우치우 프라다는 할아버지의 가죽 사업을 물려받았고, 1985년 나일론을 소재로 포코노 토트백을 만들어 크게 히트시켰다. 이로 인해 그녀의 이름과 함께 프라다는 전 세계에 알려졌다. 할아버지가 트렁크 보호용으로 사용하던 나일론이란 소재를 재발견한 그녀는 고급스러움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졌던 나일론을 세련되고 실용적인 이미지로 변신시켰다. 고전적인 우아한 디자인에 현대적인 견고함과 심플함이 가장 도드라지는 그녀의 가방 컬렉션은 특히 활동적인 현대 여성들에게 크게 어필했다. 프라다의 아름다움은 단순함과 액티브한 심플함이다. 프라다의 디자인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냉철하고 날카로운 패션 잡지 편집장 메릴 스트립과는 사실 어울리지 않는다. 오히려 도시적이고 세련된 샤넬의 시크함이 그녀와 잘 어울릴 것 같다. ‘멋쟁이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공식은 한때 미니멀리즘의 과도기였던 20세기 말에나 통할 법한 얘기인 것이다. 프라다는 나일론으로 한때 당당히 명품백의 반열에 당당히 섰지만 현재는 악어 가죽 등 세계 최상품의 소재로 가방을 만드는 고급 사치품 회사가 돼 버렸다. 한때 가장 화려한 파티장에서도 나일론 소재 소품이 그 어느 패션 소품에 비교해도 결코 기죽지 않은 시절을 이끌었던 프라다. 하지만 나일론의 시대는 가버렸고, 프라다 역시 나일론과 함께 활짝 펴졌다 서서히 가라앉고 있다. 송 재 영 20살에 프라다를 들었던 30대 에르메스 워너비 현재는 동대문으로 관심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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