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라상상력]문학‘온에어愛’꽂히다

입력 2008-04-2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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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라디오‘문장의소리’를찾아서
짧은 단발머리를 곱게 빗은 미녀와 팔랑팔랑 긴 머리를 질끈 동여맨 미남이 만났다. 선남선녀, 이 둘이 일을 저지른다. 노래와 대사는 남자 몫이고 낭송은 여자 몫이다. 묘한 부창부수, 그래도 여자의 입김이 세다. 섭외도 할 수 있고 방송의 흐름도 그 몫에 달렸다. 시인 조연호와 소설가 김애란이 꾸미는 인터넷 라디오 문학 방송 ‘문장의 소리’ 녹음 현장, 첫 방송을 시작한 설렘이 가득하다. 4월 21일 오후 6시부터 시작한 김애란의 ‘문장의 소리’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꾸준히 진행하고 있는 문인들의 방송이다. 매주 월요일 홈페이지 (http://www.munjang.or.kr)에 업데이트 된다. 김애란은 118회부터 새로 진행을 맡게 됐다. 서울 홍대 근처의 지하 녹음실에서 2주 분량의 라디오 방송을 먼저 녹음한다. 음악 선정부터 큐시트· 대본 작성, 진행까지 모두 시인과 소설가 문학인들이 다 한다. 홈페이지와 방송을 통해 작가와 직접 사연을 나눌 수 있기 때문에 소수의 문학 골수팬들이 많이 이용한다. 한 달에 드문드문 7∼10명의 청취자가 사연을 올렸지만, 이번 첫 방송을 앞두고는 스무명이 김애란의 질문에 댓글을 달았다. 특히 이번 방송부터는 단조롭다는 지적을 감안해, 다양한 맛깔 있는 코너를 마련했다. 소설가 박상의 독서일기로 꾸며지는 ‘박상의 라디오만담’은 제작팀이 자랑하는 재치 만점 야심작이다. 월간 남성잡지 지큐(GQ) 이우성 기자의 ‘아우성’은 청취자에게는 문학뿐 아니라 갖가지 문화계 전반의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첫 녹음현장에는 시인 신동욱이 먼저 자신의 시를 낭송하고 녹음했다. 이밖에도 인터넷 게시판에 진행자가 먼저 자신의 고민이나 이야깃거리를 올리면 청취자들이 댓글을 달고 방송에 소개되는 코너가 있다. 게시판 ‘속닥속닥’에 글을 올리면 된다. ‘집 안에 쌓여가는 책은 어떻게 할까요?’ 등 작가의 난감한 상황을 해결해달라는 소재다. 매우 거창한 문제가 아니다. 작가의 개인 생활이 묻어나는 사소한 질문이다. 책을 차곡차곡 냉장고에 넣으라는 엉뚱한 대답부터 자신도 같은 처지라는 하소연까지 다양한 댓글이 올라오는 중이다. 일단 ‘문장의 소리’는 이전에 출연했던 작가들은 중복해서 출연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이 때문에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가 있으면 예전 방송목록을 찾아서 ‘다시 듣기’해도 좋다. 김애란 작가는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꼭 글을 쓰지 않아도 문학 쪽에 종사하는 어떤 분이라도 초대했으면 좋겠다. 국내에서 25∼30년 헌책방을 한 아저씨나 책 디자이너 등 그들의 생각을 여쭙고 싶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의 프로듀서인 조연호 작가는 1인 멀티 제작자다. 이번에 바뀐 로고송과 오프닝·엔딩 곡 모두 그가 집에서 직접 만들었다. 아기의 웃음소리와 오르골 소리 등 잔잔하면서 귀여운 곡이 많다. 음악을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일러스트는 ‘펭귄뉴스’의 김중엽 소설가가 그린 것이다. 사실상 조피디이자 조작가, 조작곡가인 조연호 시인은 “글도 그림도 음악도 가내수공업 정신으로 우리끼리 다해보기로 했다”며 웃었다. 문학인들끼리 이런 자리를 마련해 나중에는 문학인들 아지트가 되었으면 하고 바란단다. “전 진행자인 이기호 소설가가 의뭉스럽고 능구렁이 같은 매력이 강했다면 김애란 소설가는 발랄한 진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을 전반적으로 기획한 문학나눔 사무국 양연식 피디는 “작가들이 매일 독자와 만나 싱어롱도 하고 얘기도 하며 살기 힘드니까, 이런 계기로라도 독자도 식상함을 덜 느끼고 작가도 부담을 덜 느끼는 ‘라디오방송’이 좋지 않겠느냐”고 방송의 매력을 밝혔다.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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