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배우는와인예절‘원샷은금물’…천천히몸으로느껴라

입력 2008-04-27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아주 오래전부터 서양의 식탁엔 초대한 손님들을 위한 주인장의 특별한 예식이 존재했었다. 손님들을 위해 서빙될 와인을 미리 그 집의 주인이 마셔봄으로써 와인 속에 어떠한 독약도 들어 있지 않다는 증명을 해 보인다는 끔찍한 예식이었던 것이다. 그 시기엔 정치적 목적으로 독극물 살해들이 자주 일어났었는데 와인의 바닥은 깊고도 색깔이 있어 그야말로 독약을 타 녹이기에는 안성맞춤인 장소였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 집 와인은 안전하다는 주인장들의 이 예식을 호스트 테이스팅(Host Tasting)이라고 부르는데, 오늘날에는 주문한 와인의 변질 유무를 가리기 위함이 가장 큰 목적이다. 처음 가 본 와인 바나 레스토랑에서 “어느 분이 테이스팅 하시겠습니까?” 라고 묻는다면 당황해 하지 말고 그 날의 호스트나 와인을 더 잘 아는 사람을 지적하면 된다. “휴, 와인은 넘 어려워요.” 와인 마시는 분들이 자주 하는 소리이다. 그냥 막 마셔도 와인은 분명 와인일 터이지만 좀 알고 마시면 더욱 더 9있어지는 게 와인의 세계이다. 특히 다른 술과 달리 매너라는 것이 더 강조되고 그 매너를 지켜줌으로써 더욱 더 가치가 발휘되는 술인 것이다. ○ 호스트 테이스팅 그날의 호스트나 테이스팅을 할 사람의 와인 잔에 소믈리에는 한 두 모금 분량의 와인을 따른다. 눈으로 색깔을 보고 코로 향을 맡으며 입으로 오물오물 맛을 본 뒤 와인 맛에 이상이 없다면 오케이 사인을 보내면 된다. 아주 쉬운 동작이지만 5∼6초 안에 끝내는 것이 좋다. 와인 맛을 감상하라는 게 아니라 변질인지 아닌지만 가리는 것이다. 만약 깜빡 잊고 오케이 사인을 보내지 않으면 소믈리에는 서빙을 못하고 계속 기다리게 된다. 호스트 테이스팅은 짧게 고급 와인일수록 큰 잔에 직접 서빙으로 호감도 업 따를땐 한 손으로 정중히 적당량 채워야 향 진해져 ○ 와인 오픈하기 특별히 초대한 사람에게 준비한 와인을 직접 서빙 해보면 어떨까? 그리고 이왕 할 바엔 제대로 당당하게 해보자. 1만원짜리 와인도 10만원짜리로 둔갑시킬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다! 와인을 오픈할 때는 상대방이 항상 와인 병의 정면을 볼 수 있는 위치에 둔다. 오픈하기 전에 준비한 와인에 대해서 간략히 소개하는 것도 와인 매너이자 센스이다. 와인 병목의 오목한 부분을 먼저 커팅해 알루미늄 호일을 벗긴다. 이때 와인 병은 돌리지 않고 고정된 상태에서 호일을 벗겨낸다. 코르크 마개를 뽑을 땐 ‘펑’ 소리를 내지 않고 조심스럽게 딴다. 반드시 뽑아낸 코르크는 코를 통해 향을 확인하자. 만약 악취나 ‘코르키’한 냄새가 난다면 변질 와인을 알리는 적신호이다. 상대방이 코르크를 내 앞으로 내밀 땐 가만히 있지 말고 향을 맡으면 된다. 향을 잘 모른다면 그냥 고개를 끄덕끄덕 하면 된다. 와인에 이상이 없다는 뜻이니까. ○ 글라스 선택 제 아무리 좋은 와인이라도 어울리지 않는 글라스를 쓸 경우 그 맛은 형편없어지기 마련이다. 와인과 글라스는 바늘과 실과 같은 존재라 와인을 알아갈수록 글라스에 욕심이 가는 건 자연스런 현상이다. 와인의 맑은 색깔과 섬세함을 즐기기 위해선 크리스털 소재가 제격인데 질감이나 구성 성분이 화이트보다 많은 레드 와인은 향이 풀어지는 속도도 더 걸리므로 공기의 접촉을 유도해 향을 맡을 큰 잔이 적당하다. 고급 와인일수록 큰 잔에 담는다. 화이트는 레드보다 작은 잔을 선택하고 거품이 생명인 스파클링 와인은 거품이 빨리 달아나지 않게 볼이 좁고 글라스의 다리가 길쭉한 모양을 선택한다. ○ 와인 글라스 쥐는 법 영화를 보면 와인 글라스 잡는 모양도 각양각색. 어떻게 쥐는 것이 올바를까? 테이블에 앉아서 와인을 마실 경우엔 글라스의 다리부분을 잡는다. 다리를 잡는 건 체온이 글라스에 전달되는 온도를 늦추게 하기 위함. 열기가 전달되면 와인의 느낌이 달라진다. 특히 화이트나 스파클링 와인이라면 더욱 더 조심할 것. 신선한 향과 거품이 생명이니깐. 그리고 무엇보다 와인의 투명하고 아름다운 색깔을 감상하기 위해 글라스 볼을 감싸는 건 절대 금물이다. 스탠딩 파티의 자리라면 글라스의 밑받침 부분을 잡는 것이 센스다. 안정적인 자세라 몇 시간을 돌아다녀도 손이 피곤하지 않고 매우 폼 나 보인다. ○ 와인 따르기 손님의 오른편에서 따르되 한 손으로 따른다. 와인 병의 뒷부분을 보이지 않게 하고 병의 밑 부분을 잡고 따른다. 와인은 늘 당당하게 레이블이 부착된 방향이 보이게 하는 것이 원칙. 만약 뒤로 돌려지면 ‘지나친 음주는 간경화를 유발합니다’라는 문구가? 헉! 민망하다. 글라스가 큰 잔이면 약 1/5잔, 작은 잔일 경우 1/3 잔 정도가 적당하다. 잔은 채우는 것이 맛이라는데? 만약 잔 가득 와인을 채운다면 와인 향기를 흔들어 피워 줄 공기의 면적이 존재하지 않아 섬세한 와인의 향기를 맡기 어려워진다. 레드는 첨잔으로, 온도에 영향을 많이 받는 화이트는 바닥이 보일 때쯤 따른다. 기억하자 이 단어 Lady First!!! 와인은 항상 여성에게 먼저, 그러고 나서 남성에게 서빙 한다. ○ 와인을 받을 때 글라스는 두 손으로 공중에 띄우지 않고 테이블 위에 그대로 둔다. 서빙하는 사람이 알아서 따른다. 따를 때 “감사합니다” 한마디 정도면 족하다. 만약 따라주는 이가 높으신 사장님이시라면? 한국의 문화로 볼 땐 무척 곤란한 상황. 잔은 두 손으로 깍듯하게 받는 걸로 배웠는데. 이럴 땐 손가락 2개(검지와 중지)를 모아 잔의 밑받침에 살짝 대고 짧은 목례를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이정도의 표시로 고맙다는 표현을 대신한다. 이것은 한국과 서양 문화의 혼합된 퓨전매너이다. ○ 건배를 즐겨라 와인은 건배가 자주 필요한 술이다. 건배 시엔 잔의 오른쪽으로 30도 정도 기울여 중앙부를 살짝 부딪친다. 이 때 상대방의 눈을 미소와 함께 바라 볼 것.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에겐 잔을 살짝 들어 올리고 미소를 방긋 던진다. 이 때 잔을 바라보지 말고 상대방 눈을 들여다보라. 미소가 환해질수록 건배의 강도는 더욱 강해지는 법이다. ○ ‘원샷 NO’ 한 모금의 미학에 빠져들라 절대 원 샷은 금물! 와인은 한 모금 한 모금 천천히 음미한다. 아름다운 색깔도 들여다보고 잔을 살짝 돌리며 울려 퍼지는 코 안의 향기도 감상하며 입안에 퍼지는 와인의 맛도 느껴보자. 그리고 눈을 지그시 감아보자. 와인은 입으로만 마시는 술이 아니라 온몸으로 마시는 술이다. 저 멀리에 향기로운 꽃동산이, 새콤하고 알싸한 숲 속의 과일 열매들이 어쩌면 내 잔에 한 가득 담겨 있을지도 모르겠다. 최 해 숙 이탈리아 공인 소믈리에. 건국 대 산업대학원 와인학 석사과 정 겸임교수와 와인나라 아카 데미 전임강사를 맡고 있다.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