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집은 ‘코가 쑥!’, 작은집은 ‘고개 빳빳!’.
부동산 시장에 기이한 역전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런 기현상의 중심은 지방 분양아파트 시장. 중대형 주택의 분양가가 중소형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싸게 팔리는 ‘중소형의 반란’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업계의 설명에 따르면 이런 현상은 지방 분양경기의 침체가 가장 큰 원인이다. 중대형 아파트에 대한 수요층이 엷어지면서 중대형과 중소형간의 가격차가 슬금슬금 좁혀지고 있다는 얘기다.
7일 GS건설의 발표를 보면 올 들어 수도권과 지방에 분양한 아파트의 주택형별 3.3㎡의 분양가 차이가 거의 없거나 거꾸로 중형이 대형보다 더 비싼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분양된 경남 진주 남강자이의 경우 147㎡(44평형) 분양가는 3.3㎡당 1005만원. 이는 198㎡(59평형)의 1000만원보다 5만원 더 비싸다. 용인 구성 자이3차, 광주광역시 첨단자이, 천안 파크자이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현대건설의 경우도 최근 울산 양정힐스테이트의 109∼112㎡(32∼33평형) 분양가가 3.3㎡당 779만원인데 비해 155㎡(46평형)는 799만원이었다.
불과 20만원 차이이다. 대림산업이 올해 충남 당진에 분양한 송악 e-편한세상 역시 111㎡(33평형)과 157㎡(47평형)의 분양가 차이는 3.3㎡당 최고 23만원이었다.
GS건설의 한 관계자는 “지방 분양시장이 침체되면서 중대형 가격을 낮게 책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중대형과 중소형 가격차가 줄어들면서 광주 등 일부 지방에서는 중대형 미분양이 빠르게 해소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고가 아파트의 수모는 경매시장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6일 법원경매정보회사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1∼4월 서울, 경기, 인천지역의 감정가 10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 경매진행 건수는 총 24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85건에 비해 2.9배나 됐다.
고가 아파트 물건 수가 증가하면서 감정가 이하에 낙찰되는 저가낙찰 사례도 늘었다. 지난 3월 6일 낙찰된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한보미도아파트(전용면적 141.3㎡)의 경우 감정가가 20억원에 달했지만 17억 3820만원에 낙찰됐다.
감정가 18억을 받은 목동 신시가지 154㎡ 아파트는 두 차례 유찰됐고, 지난 달 28일 3회차 경매에서 감정가보다 3억 8500만원이나 낮은 14억 1500만원에 낙찰되는데 만족해야 했다.
고가 아파트 고전의 원인은 일반 매매시장에서 대출규제, 무거운 세금 등으로 가격이 하락한 데다 거래마저 부진한 탓이다.
결국 대출에 대한 이자상환이 어려워진 소유자들이 최후의 선택으로 경매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지지옥션 홍보팀의 강은 팀장은 “통상 경매신청에서부터 진행까지 6개월 정도 걸리게 되며 따라서 올해 경매신청된 물건들은 아직 입찰장에 나오지 않았다. 당분간 10억원 이상 고가 물건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