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병아리야날아라병아리야

입력 2008-05-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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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봄볕도 따스하고 날씨도 좋아서, 오랜만에 초등학교 1학년인 딸아이를 마중 나갔습니다. 학교 정문에 도착하자, 마침 참새처럼 재잘거리며 나오는 딸아이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얼른 딸을 불러서 집으로 가려고 했는데, 딸아이는 교문 앞에서 팔고 있는 병아리를 보겠다고 그 자리를 떠날 줄 몰랐습니다. 어른인 저야 눈길한번 주고, 귀엽다 생각하는 게 전부였지만, 호기심 많은 딸아이는 병아리를 사달라고 자꾸만 졸라댔습니다. 사실 2년 전, 딸아이가 6살이었을 때도 병아리를 사 준 적이 있습니다. 그 때도 안 된다고 하는 걸 하도 졸라서 사줬습니다. 이 병아리가 집에 오더니, 환경이 낯설어서 그런지 몸이 약해서 그런지 물도 안 먹고 가만히 웅크리고 있는 겁니다. 그 모습이 하도 불쌍해서 제가 두 손으로 살며시 감싸줬는데, 갑자기 병아리가 “삐약∼”하며 몸을 일으키더니 모이를 톡톡 쪼아 먹기 시작했습니다. 물도 마시고, 기운이 났는지 그 다음부터는 상자를 뛰어 넘으려고 자꾸만 푸드득거렸습니다. 그래서 딸아이가 병아리를 거실에 놓아줬는데, 이 병아리가 저만 보면 쫓아다니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거실에 아무렇게나 응가까지 하는 겁니다. 애들 아빠가 그걸 보고 냄새난다고 짜증을 부렸고, 딸아이는 어쩔 수 없이 다시는 병아리를 상자 밖으로 꺼내주지 못 했답니다. 그러다 일이 있어 제가 외출을 하고 딸아이가 친구들을 데려와 집에서 놀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어찌나 병아리를 심하게 데리고 놀았는지, 제가 갔더니 병아리가 힘없이 축 쳐져 있는 겁니다. 그래서 모이 좀 주고, 저는 제 할 일 하느라 잠시 병아리를 잊고 있었는데, 다음 날 아침, 딸아이가 울면서 저를 막 불렀습니다. “엄마! 병아리가 죽었나봐 어떻게 해? 아무리 흔들어도 움직이지 않아∼” 이러는 겁니다. 얼른 가봤더니, 정말 병아리가 옆으로 죽은 듯이 누워 있었습니다. 제가 손을 내밀면 늘 파고들었는데, 그 때는 삐악거리며 울지도 않고, 움직이지도 않았습니다. 제가 병아리를 묻어줘야겠다고 말했더니, 딸아이가 병아리 불쌍하다고 엉엉 울더군요. 저도 솔직히 그 때는 마음이 많이 슬펐습니다. 제 뒤만 졸졸 쫓아다니고, 손만 내밀면 자꾸 머리를 내 손에 비벼댔던 병아리였습니다. 마치 어미 닭에게 안아 달라고 떼쓰는 것 같았습니다. 아이들은 “병아리는 엄마가 제일 좋은가봐∼” 하면서 저를 부러워했는데, 이젠 움직이지도 않고 가만히 누워 있으니 너무 불쌍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손으로 감싸줬습니다. 하지만 숨을 거둔 병아리는 전혀 미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울고 있는 딸아이를 달래서 부삽을 들고 따라 나오게 했습니다. 그리고 집 앞 화단 옆에 땅을 파고 잘 묻어주었습니다. 예쁘게 작은 돌로 울타리도 만들어 줬습니다. 그 날 저녁 딸아이는 일기장에 어설픈 글씨체로 “병아리야 잘 가! 다음에 태어날 때는 씩씩한 독수리로 태어나” 하고 적었습니다.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났던 병아리! 그런데 또 병아리를 사달라는 딸에게 저는 병아리가 불쌍하니까 자꾸 집에 데려오지 말자고 설득을 했습니다. 학교 앞에서 파는 귀여운 노란 병아리들이 별로 건강해 보이지 않아서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광주 서구|김자영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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