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연도:1987년|제작사:Capcom
1987년 일본의 캡콤사가 내놓은 ‘19XX’ 시리즈 중의 하나다. 1941년부터 1945년까지 일본과 미국 사이에서 벌어진 태평양 전쟁 중 유명한 ‘미드웨이 해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이 시리즈도 1942, 1943, 1944로 이어진다.
오늘 소개할 게임은 1942의 성공에 힘입어 출시된 1943. 전작에 비해 한결 다양해진 무기 아이템과 화려한 그래픽으로 당대의 게이머들에게 ‘비행 시뮬레이션’의 기쁨을 만끽하게 해 준 걸작 게임이었다.
고전게임들이 대개 그렇듯 1943의 게임 진행스토리 역시 간단명료하기 그지없다. 일본의 기습에 ‘한 방’ 제대로 먹은 미국이 초특급 탑건 한 명을 연합군의 주력기였던 P-38 전투기에 태워 일본의 전투기들과 함대를 부수러 나아간다는 것, 이것이 전부다(무얼 더 기대했단 말인가?).
스테이지가 시작될 때마다 새로운 미션을 받은 P-38은 경쾌한 기계음을 뿌리며 출격에 나선다. 게임 도중 나오는 파워업 아이템은 6종류의 무기를 제공한다. 아이템을 이용하면 ‘두, 두, 두’하고 나가던 총알이 돌연 ‘두다다다다!’하는 머신건으로 업그레이드가 된다. 좀 더 정확히 알려드리자면 ‘오토건’, ‘샷건’, ‘메가샷건’, ‘3웨이건’, ‘쉘건’, ‘레이저건’을 쓸 수 있다.
여기에 1943 최강의 필살기가 더해지니 바로 초강력 번개가 난무하는 ‘썬더스톰’과 무자비한 해일을 일으키는 ‘쓰나미폭탄’. 물론 필살기는 많은 에너지를 일시에 소모하기에 아끼고 아껴두었다 결정적인 순간에만 써야 한다.
졸개들을 다 때려 부수고 나면 어김없이 초대형 보스 전함이 등장하신다. 갑판 위에서 음험한 눈빛을 던지고 있는 수많은 포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등골이 짜르르하다. 게다가 그야말로 ‘무식하게’ 쏴대는(다행히 가끔만 쏜다) 야마토건은 50원을 꿀꺽꿀꺽 삼키는 ‘동전 먹는 하마’의 원흉이었다. 전함 외에도 초대형 전투기도 보스로 나온다. 후반으로 가면 보스들은 ‘어이, 혼자선 도저히 안 되겠어’하고 작당이라도 한 듯 무더기 보스군단이 등장하게 된다.
1943은 엔딩이 있는 게임이다. 최후의 보스 함대를 초토화시키고 나면 드디어 고독하고도 힘겨운 전투를 끝낸 우리의 P-38은 무사히 착륙을 하게 되고, 핸섬한 모습의 조종사가 여자친구에게 “낸시? 나야. 전쟁은 끝났어. 그래, 정말 잘 됐지”하고 연락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게임 오버.
일본의 게임사가 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1943의 주인공은 미제 전투기다. 물론 주인공이 가차 없이 두들겨 부수는 상대는 모조리 일본 전투기요 함대이다. 참으로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참고로 이 게임은 미국에서도 크게 히트를 쳤다. 일본의 하야테 전투기나 카미카제 일당이 주인공이었다면, 그럴 일이 없었을 것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