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게임]갤러그, 50원짜리우주전쟁…추억도‘뿅뿅’

입력 2008-04-2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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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게임 첫 대상으로 갤러그를 택한 것은 ‘더 이상 말이 필요없다’는 한 가지 이유에서였다. 1980년대 초중반 ‘천상천하만인지게임’의 왕좌에 올라 세상의 게임들을 눈 아래 깔았던 지존의 게임, 갤러그. 전자오락실의 또 다른 이름인 ‘뿅뿅’의 어원도 알고 보면 이 갤러그에서 비롯됐다. 게임 한 판 뜨고 난 날 밤에는 귓가에 쟁쟁한 ‘뿅뿅’ 소리에 잠이 오질 않았다. 갤러그의 ‘뿅뿅’사운드는 훗날 조용필에게 영감을 주어 희대의 명곡 ‘단발머리’를 탄생케 만들었다는데(거짓말이다). 여하튼 당시의 아이들은 ‘뿅뿅’에 매료되어 부지런히 ‘뿅뿅’을 하러 갔고, 어른들의 꿀밤과 돈 50원 무서운 줄 모르고 광활한 우주공간을 누볐다. 우리 모두는 우주의 무뢰배들을 무찌르는 고독한 우주전투 비행사이자 이소연의 초기 모델이었다. 갤러그의 탄생년도는 1981년. 이후 85년에 다시 만들어졌다고 한다. 제작사는 훗날 ‘철권’ 시리즈로 잘 알려진 일본의 남코사였다. 원래 게임명은 갤라가(Galaga)였는데 어찌된 일인지 우리나라에서는 ‘갤러그’로 개명했다. 게임계에서는 갤러그를 두고 1961년 세계 최초의 컴퓨터게임 ‘스페이스 워’의 계보를 잇는 최고의 비행기 슈팅게임으로 평한다. 계보는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갤러그는 그 이름만으로도 게임의 전당 맨 윗자리에 모셔져 마땅한 게임이라 하겠다. 오락실 사장님들의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게 만들어 주었던 ‘오락실의 효자’ 갤러그는 매우 단순하기 그지없는 ‘스토리’를 지니고 있다. 꼭 똥파리 비슷하게 생긴(독나방이란 설도 있다) ‘나쁜 외계선’이 밑도 끝도 없이 나타나면 게이머는 ‘50원짜리 우주선’을 타고 열심히, 그리고 부단히 놈들을 쏘아 부수면 된다. 그러다 보면 유난히 뚱뚱한 왕파리 한 마리가 나타난다. 이 녀석이 초음파인지 방사능인지 모를 광선을 웅웅 거리며 쏴대는데 여기에 걸리면 귀중한 내 우주선이 납치가 되어버리고 만다. 그러나 게임지사는 새옹지마. 괘씸한 납치자를 명중시키면 내 우주선이 귀환해 기존의 우주선과 합체가 된다. 뭐 합체라고는 해도 두 대의 우주선이 사이좋게 붙어있는 수준이지만 그래도 그게 어딘가. 납치되었던 우주선은 한풀이라도 하듯 원래의 우주선과 어깨를 나란히 한 채 ‘분노의 쌍포’를 쏘아댄다. 2인용 게임이 가능했던 갤러그는 한때 ‘커플 게임’으로도 유명했다. 연인이 다정하게 앉아 외계의 파리들을 향해 부지런히 살충제를 살포하다보면 사랑의 온도도 덩달아 올라갔다. 필자도 중학교 시절 미모의 교생 선생님과 방과 후 함께 갤러그를 하며 괜히 가슴이 쿵쿵 거렸던 기억이 있다. 끝으로 팁 하나. 첫 판에서 파리들을 다 모이게 한 뒤, 맨 왼쪽 아래 파란 놈 한 마리를 15분간 죽이지 않고 계속 피하다가 죽이면 다음 판부터는 녀석들이 총알을 발사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마냥 ‘나 죽여줍쇼’하는 것은 아니고 육탄공격을 감행해 온다. 게임을 개발한 남코사가 이 소식을 들으면 뒤늦게나마 땅을 칠지 모른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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