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증나면 차를 한 대 또 사고, 몸이 아프면 병원을 사고, 돈이 떨어지면 아빠한테 백억만 달라고 손을 벌리고, 좀 사는 티.’
얼마 전 ‘재벌송’으로 화제를 모은 개그맨 남진우. KBS 2TV ‘개그콘서트’의 ‘봉숭아 학당’에서 ‘얼마니 남’으로 재벌 개그로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KBS 코미디 프로그램을 주의깊게 본 사람이 아니라면 대부분 그를 신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남진우는 2000년도 KBSM 공채 15기로 데뷔한 8년차 개그맨이다.
그동안 KBS 1TV ‘폭소클럽’에 꾸준히 출연했지만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미지를 강하게 남기질 못했다. 그만큼 무명의 시간이 길었다.그가 개그맨의 꿈을 포기하려고 했을 때 옆에서 응원해준 사람이 바로 아내다. 2003년 결혼한 아내는 현재 고등학교 선생님이다. ‘재벌 개그’도 아내의 아이디어다.
남진우는 “부인은 인생의 적금이다(하하). 하지만 선생님인 탓에 자꾸 가르치려고 들어 많이 싸우기도 했다. 그래도 누구보다 더 응원한다.”라고 말했다. 아내가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이런 것 재미있지 않니?’라고 의견을 들은 뒤 남진우에게 개그 소재를 제공해준다는 것이다.
이런 든든한 내조 덕에 재벌 개그는 소위 말하는 데로 ‘팡팡 터졌다’고 자랑했다. 남진우의 재벌 개그 목표는 재벌을 신랄하게 비난해 웃음을 주는 것이 아닌 서민들이 공감하는 웃음을 주고 싶다는 것이다.
재벌을 너무 완벽하게 표현해서 생긴 해프닝이랄까. 얼마전 촬영을 마치고 주차장으로 가는 그는 자신에게 주위의 시선이 쏠리는 것을 느꼈다.
“사람들은 내가 어떤 차를 타고 다니는지 궁금했던 것 같다. 어느 차로 가는지 계속 쳐다봤다. 외제차 사이에 주차한 8년 된 낡은 차에 선뜻 올라타기 어려웠다.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팬들이 가진 재벌 이미지와 다른 모습을 보이기 싫었다. 그래서 딴청을 피우다가 사람이 없을 때 얼른 차에 탔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