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바둑관전기]일수불퇴낙장불입

입력 2008-06-1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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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동문 선후배 사이다. 모두 명문 허장회 도장에서 프로 준비를 위해 실력을 갈고 닦았다. 꽤 차이가 나는 것처럼 여겨지지만 박정상이 2년 선배.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이가 많이 져 보이는 것은 보는 이의 ‘착시’도 아니요 ‘얼굴 탓’도 아닌 단지 ‘이름값’ 때문일 것이다. 김기용이 <실전> 흑1로 붙이고 3으로 젖혀가자 검토실에서는 ‘굿’이라며 미소 지었다. 백이 선수를 잡고 싶다면 <해설1> 1로 끊는 수가 있다. 백3에 흑은 4로 백 한 점을 잡는다. 백이 선수를 뽑아 다른 자리를 둘 수 있지만, 이건 손해가 너무 크다. 아르바이트 하러 집을 비운 사이에 안방 금고가 털리는 수가 생긴다. 흑11로 끊은 수가 이 바둑의 진정한 ‘패착’이 됐다. 백12가 등장하니 김기용의 머리끝 모세혈관이 급상승한 혈압에 부르르 떨린다. 이 수를 깜빡 보지 못했던 것이다. 결국 흑13으로 백 두 점을 잡고 말았다. 덕분에 흑11 한 점은 두나마나한, 아니 두어서 큰 대미지만 입고 만 수가 되었다. 피눈물이 난다. <해설2> 흑1로 버티면 어떻게 되나? 이건 백6에 대책이 서지 않는다. 보다시피 바꿔치기가 일어나는데, 말이 안 되는 거래다. 만원 주고 담배 한 갑 사는 격이다. 물론 만원이 아니라 십만원을 주고도 사야 할 때란 게 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결국 바둑은 박정상이 이겼다. 흑이 피해를 만회할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만원 주고 산 담배 맛은 쓰디썼다. 무르고 싶겠지만 될 일이 아니다. 인생사가 다 그런 게 아니던가. 한 사람의 인생은, 신이라 해도 무를 수 없는 법이다. 바둑도 매한가지. 일수불퇴요 낙장은 불입이다. 그게 바둑이요 인생이다.<260수, 백 4집반승>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해설=김영삼 7단 1974ys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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