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을 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올해는 반드시 영어를 ‘확’ 잡고 말 거야”하며 영어 정복의 계획을 세웁니다. 서점에 가 보면 정말 ‘Vocabulary 33000’만큼이나 많은 학습법이 나와 있지요. 누구는 ‘영영사전으로 공부해라’하고, 누구는 ‘영어식 사고가 중요하다’라고 합니다. CNN을 봐야하고 NewYork Times를 읽으라고 하기도 합니다. 한 술 더 떠 무조건 해외로 나가 영미 문화를 배우라는 식의 거창한 학습법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저 역시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업보(?)로 인해 ‘영어’라는 멍에를 짊어지고 살아 온 이 땅의 평범한 젊은이입니다. 영어를 전공하지도 않았고, 그 흔한 어학연수 한 번 다녀오지도 못했습니다(돈이 없었답니다!). 군 제대 후 복학해서 처음 레벨1 영어회화 수업을 듣기 시작한 지 2년 반이 지나 한 외국계 영어학원에서 20명이 넘는 원어민 강사들의 한국생활을 돕는 자리에 취업을 했고, 그들과 함께 일하면서 즐겁게 회사 생활을 했습니다. 이제 영어는 저에게 더 이상 ‘멍에’가 아닌 ‘기쁨’이자 삶의 즐거움입니다. 오늘은 대한민국의 보통사람 중에서도 보통사람인 제가 영어를 공부했고, 엄청난 효과를 본 방법을 여러분과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영어 홈런왕’이 될 수 없을지는 몰라도(굳이 되어야 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어디 가서 ‘영어 못 한다’ 소리는 안 듣고 살 수 있는 방법입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여러분이 해 온 영어라는 구슬을 가장 효율적으로, 빠른 시간 내에 꿰어 쓸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강의의 주제는 ‘우리말로 영어를 연습하라’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우리말로 영어어순을 연습하라’가 되겠습니다. 결국 영어라는 것은 평소 우리가 쓰는 말을 올바른 영어문장으로 바꾸어 말하는 것일 뿐이니까요.
‘우리말을 영어어순으로 바꾸기.’
먼저 우리말 문장을 가지고 영어어순에 맞게 단어들을 새롭게 배열합니다. 그리고 영어어순 상태로 된 우리말 단어들을 하나씩 영어로 바꾸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영어가 안 된 것은 영어단어를 생각해 영어어순으로 배열하는 ‘고도의 계산’의 벽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그럼 실례를 들어보기로 할까요? 친구가 묻습니다. “어제 뭐했어?”. 대답은 “집에서 하루 종일 TV 봤어”입니다. 골치 아프게 ‘영작’을 하기에 앞서 먼저 우리말로 된 대답을 영어어순으로 바꿔보겠습니다.
나는 봤어. TV를. 집에서. 하루 종일.
어떻습니까? 좀 어색하긴 하지만 여전히 우리말이죠? 뜻도 완벽하게 통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영어단어를 집어넣어보기로 합니다.
나는 / 봤어 / TV를 / 집에서 /하루종일
I / watched / TV / at home / all day
어떤가요? 굳이 ‘계산’에 의한 ‘영작’을 할 필요가 없죠? 몇 가지 예를 더 들어보기로 하겠습니다.
1단계 : 저도 영어를 싫어했어요.
2단계 : 나 역시 /싫어했다/ 영어를
3단계 : I also hated English.
1단계 : 나는 회사 앞에서 널 두 시간 동안 기다렸어.
2단계 : 나는 / 기다렸다 / 너를 / 두 시간 동안 / 너희 회사 앞에서
3단계 : I waited for / you / two hours / in front of your company.
쉽죠? 너무 쉽다고요? 그럼 조금 난이도를 높여보기로 할까요?
1단계 : 제가 영어로 먹고 살게 될 거라고는 감히 상상 못했어요.
2단계 : 나는 / 감히 상상하지 못했다 / 내가 만들 거라고 / 나의 생계를 / 영어를 이용해서
3단계 : I / couldn't dare to imagine / that I would make / my living / with English.
전 혼자서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 거리를 걸을 때 눈앞에 보이는 풍경, 기분 등의 우리말을 영어어순으로 혼자 중얼거리고 다녔습니다.
난 / 샀어 / 지하철 표를 / 표 파는 데서
난 / 넣었어 / 그것을 / 개찰구 안으로
지하철은 / 상태야 / 혼잡한 / 사람들로
처음엔 영어어순으로 우리말을 한다는 것이 어색했지만 곧 자연스러워졌습니다. 해보면 아시겠지만 이것, 은근히 중독성이 있습니다.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면 평소 사람들(물론 우리나라 사람들)과 대화할 때도 영어어순이 툭툭 튀어나오게 되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날씨 정말 덥다. 틀자 에어컨을’이라든지 ‘어제 내가 갔었거든. 백화점에. 가방 사려고. 그런데 못 샀어. 왜냐하면 가방들이 너무 비쌌으니까’ 같은 식이죠. 영어로 바꾸면 ‘The we-ather is so hot today. Let’s turn on the air conditioner’, ‘Yesterday, I went to a department store to buy a bag, but I couldn’t because the bags were too expensive.’가 되겠군요.
한국에서 태어난 우리가 꼭 원어민처럼 말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영어는 필요한 만큼만 잘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미 한국어의 프로들입니다. 우리말을 잘 하면 영어도 잘 할 수 있습니다. 한국말도 영어도, 아프리카어도 결국은 ‘말’일 뿐이니까요.
영어단어는 이렇게!
① Girl 은 ‘지아이알엘’이 아니다?
단어를 외울 때 스펠링에 너무 집착하지 마세요. 스펠링이 아니라 발음으로 외우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그리고 늘 관사와 함께 익혀두세요. 다시 말해 Girl 은 ‘a girl’, ‘apple’은 ‘an apple’로 외워야 합니다. 그래야 말할 때 ‘계산’없이 편하게 말할 수 있지요.
② saw는 see의 과거형이 아니다?
saw를 see의 과거형으로 기억하는 한 실전에서 척척 튀어나와주지를 않습니다. 차라리 별개의 동사라고 생각하는 편이 효율적입니다. 즉, ‘see = 보다’, ‘saw = 봤다’라고 따로 알아두는 것이죠. drink, drank와 같은 동사도 마찬가지.
③ broken은 break와 관련이 없다?
②와 비슷한 개념입니다. broken을 break의 과거분사로 외우지 말라는 얘기입니다. 아예 동사의 과거분사는 ‘형용사’로 이해하는 편이 좋습니다. broken을 ‘동사 break의 과거분사형’이 아닌 ‘깨어진’이라는 형용사로 알아두는 것이 훨씬 더 실용적이라는 얘기입니다. closed(닫힌), fallen(떨어진)도 같은 사례가 되겠습니다.
서점에서 파는 단어집이 아닌 여러분만의 ‘우선순위 단어장’을 만드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영어단어 외우기는 콩나물 키우기와 같습니다. 헛된 일처럼 느껴지지만 자꾸 물을 주는 사이에 여러분의 머릿속에는 영어라는 콩나물이 쑥쑥 자라나고 있을 겁니다. 영어단어, 하루 딱 20분만 투자해 보세요!
최광호
1979년 서울에서 태어나 광운대학교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다. 군 제대 후 취업을 위해 토익, 회화, 어휘 등을 닥치는 대로 파고들다 다 포기하고 ‘어순 바꾸기’로 영어를 공부한 지 수 개월 만에 영어의 벽을 깼다. ‘훈민정음 잉글리시’, ‘훈민정음 잉글리시 내공수련’편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현재 캐나다교육원 문화어학원을 거쳐 리딩피아에서 온라인 영어교재 개발에 땀을 쏟고 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