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 나는 평화란 아주 커다랗기만 한 것인 줄 알았다. 그러니까 평화란, 갈라진 남과 북이 비극을 딛고 통일을 이루는 것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니면 슈퍼맨이나 배트맨과 같은 무시무시한 힘을 가진 수호자들에게나 가능한 것이 평화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평화란, 어린 나에게 멀고 먼 이야기였다.
그래도 요즈음 어린이들의 생각은 나보다 훨씬 나은 것 같다. “평화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어린이들은 좀 더 구체적인 대답을 해 준다. “전쟁이 나지 않는 것이요.” “지진이 난 나라에 구호 물품을 보내주는 것이요.” 그렇지만 평화란, 단지 그뿐일까? 평화란 전장 혹은 재난에 처한 나라에만 어울릴, 아직도 우리와 멀기만 한 그런 단어가 아니다. ‘평화는요’(예림당)의 작가 토드 파는 평화가 우리와 얼마나 가까운 단어인지 그림책을 통해 잘 보여준다. 그림책 속에서 토드 파는 ‘전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도 평화를 설명한다.
토드 파에게 평화란 새로운 친구가 점점 더 많아지는 것이고, 바다를 깨끗하게 지켜주는 것이다. 또, 잘못했을 때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것이고, 신발이 필요한 친구에게 신발을 주는 것이다. 토드 파식 평화는 전장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서 출발되는 것이다. 내가 깨어있는 시간 동안 살아가면서 할 수 있는 것들. 즉, 내가 일상을 살아가는 것과 평화라는 것이 각기 다른 것이 아닌 게다.
나는 우리 어린이들이 평화를 이렇게 친근하게 느끼고, 좀 더 실천적으로 여겼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단순히 전쟁의 반대말로 평화를 기억하라는 게 아니다. 서로 다른 옷을 입은 친구를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 자세를 갖는 실천의 평화, 포근포근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아름다움을 감상할 줄 아는 평화가 어린이들 마음속에 자리 잡길 바란다.
함께 생각해볼 문제
1. 평화의 반대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2. 토드 파가 이야기하는 평화의 정의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무엇인가요? 왜 그렇게 생각하나요?
3. 내가 실천할 수 있는 평화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분홍고래모임 김 현 경
아마존 사람들을 수중도시로 이끌던 전설의 분홍
고래(BOTO)처럼 아이들에게 고래보다 더 큰 꿈
을 그려주기 위해 노력하는 아동작가모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