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본명 추헌곤)는 요즘 ‘퓨전 일렉트로니카 밴드 클래지콰이의 남성보컬’보다 ‘우리 결혼했어요’라는 말로 더 선명하게 설명된다.
그는 ‘우리 결혼했어요’를 통해 감춰져 있던 매력이 알려졌고, ‘로맨틱 가이’라는 애칭과 함께 화제의 중심이 됐다. 하지만 알렉스는 음악팬 들 사이에선 훨씬 전부터 매력적인 중저음의 부드러운 보컬, 깔끔하고 세련된 이미지의 가수로 한창 사랑을 받아 왔다. ‘우리 결혼했어요’는 그의 대중성의 반경을 크게 넓힌 촉매가 됐을 뿐이다.
알렉스의 바람은 단순하면서 분명했다. 그는 지금도 여전히 가수로 인정받길 원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관심이 언젠간 음악으로 이어질 거라는 생각에, 출연기회가 주어졌을 때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한다고 했다. 오롯이 음악에 대한 열정을 담은 첫 솔로앨범 ‘마이 빈티지 로맨스’를 발표한 알렉스를 만났다.
- 예능 프로그램에서 서슴없이 말하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나.
“처음엔 부담스러웠다. 어느 순간, 이렇게 해서라도 내 음악을 알리고, 이 분들이 내 음악을 언젠가 듣게 되고, 공연장을 찾게 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출연한 프로그램을 사람들이 좋아해주니까 나도 좋다.”
- 클래지콰이에서 호란이 먼저 주목을 받다가 이제는 알렉스가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기분이 어떤가.
“처음엔 우리는 (클래지콰이에서) 가창하는 것 외에 역할이 없었다. 우린 가창력으로 감동을 주거나 대중에 극적 감흥을 주는 포스는 아니었다. 패셔너블한 클래지콰이의 음악이 호란의 이미지와 잘 맞았다. 호란은 프론트맨 역할을 잘 해줬다. 호란이 먼저 큰 주목을 받았다 해서 전혀 섭섭한 마음이 없었다.”
- 호란은 알렉스가 ‘터프한 이미지’라고 했는데, 터프남인가 달콤남인가.
“양쪽 다 가지고 있다.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는 귀여운 척 아양을 떨기도 하고…, 선배 앞에서도 재롱도 떨지만, 후배 앞에선 강한 선배인척 한다.”
- 요리책을 낸다는 이야기가 있다.
“책 내자는 이야기가 많다. 내 이야기, 추억을 음식이나 향신료처럼 표현되는 책을 낼 예정이다. 요리책은 아니다.”
-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부른 ‘화분’ ‘아이처럼’이 대박이 났는데, 정작 본인의 노래는 어떨 것 같나.
“처음엔 걱정도 많이 했다. 다른 가수들 노래가 잘되고, 정작 내 노래는 잘 안되면 어떡하지 고민도 있었다. 하지만 ‘화분’이나 ‘아이처럼’도 어쨌든 내 목소리가 들어간 거니까 좋게 생각한다. 내 앨범에 만족한다. 사진도 잘 나왔고.(웃음)”
- 솔로앨범을 통해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가.
“클래지콰이와 다른 ‘알렉스’를 보여주고 싶었다. 솔직한 나의 이야기가 가득 찬 앨범이다.”
- 이야기의 내용은 무엇인가.
“모두 나의 어릴 적 이야기들이다. 사랑에 관한 여러 가지 감정들, 상큼함, 설렘, 슬픔, 둘만의 행복 등을 담았다. 그래서 제목이 ‘마이 빈티지 로맨스’다.”
알렉스의 이번 앨범 수록곡은 전부 실제 사랑이야기에 근거한다. ‘어느새’는 여자 친구와 새벽에 헤어지면서 아팠던 마음으로 썼다. ‘발끝을 적시는 눈물’은 첫 사랑을 추억하며 쓴 곡이다. 애초에는 웨딩송이었는데 슬픈 노래로 바뀌었다. 앨범 속의 등장인물은 약 10명가량 된다고 했다.
- 가사는 썼지만, 작곡엔 이름이 없다.
“웰메이드 1집을 만들고 싶었다. 아직 실력이 부족한 곡을 싣고 싶지는 않았다. 굉장히 만족하고 있다. 단 한 곡도 버릴 게 없다.”
- 클래지콰이와 차별화를 하고 싶다고 했지만, 클래지(김성훈)의 곡도 있다.
“클래지로부터는 곡을 안받으려 했다. 그러나 클래지의 능력을 알고 있으니까, 써달라고 했다.”
- 그래도 수록곡이 전부 같은 레이블 뮤지션이다.
“20곡 가량 받아서 추렸는데 모두 같은 소속사 뮤지션들의 곡만 남았다. 하지만 곡을 받을 때 전혀 다른 곡을 달라고 했다. 우리 회사에서 가장 막내인데도 까다롭게 요구했다. 형들이 많이 피곤해 했다. 녹음할 때 내 생각을 많이 반영했다. 그래서 당당히 프로듀서 이름을 올렸다.”
- 솔로앨범은 꾸준히 낼 계획인가.
“이번에 첫 앨범이 잘 되서 잘 자리 잡으면 그 힘으로 다음 음반을 낼 수 있다. 클래지콰이 앨범은 내년에 낼 계획이다. 호란과 서로 솔로를 해보니 어떤게 힘든지 알게 되고, 둘이 있을 때 더 좋았던 알게 되니까 사이가 계속 더 좋아진다.”
Clip! - 알렉스는요
1979년생, 세심한 A형이다. 중학교 2학년 때 가족과 캐나다로 이민. 클래지콰이 최초의 여성 보컬인 누나 크리스티나의 소개로 클래지콰이에 합류해 2004년 데뷔했다. 부드럽고 온화한 인상에 중저음이 매력적이다. 솔로 앨범은 감상용 팝 발라드로 채워졌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