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바둑관전기]달콤한수읽기

입력 2008-07-0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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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기한국물가정보배프로기전A조본선리그
“백2가 안 좋았어요.” 홍성지가 후회스러운 얼굴을 하자 강지성은 반대로 짓궂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해설1> 흑1로 받아줄 거라 생각했겠지?” <실전> 백2는 흑3을 미처 보지 못한 수였다. 물론 <해설1> 흑1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강지성이 <해설1>을 늘어보였다. “흑이 1로 이어준다면 백은 2를 하나 활용한 후에 4로 나가 6으로 끊겠지. 이걸 생각했던 거 아냐?” 이건 백이 신나는 싸움이다. 흑이 이렇게 두어줄 리 없다. 홍성지가 뒷머리를 긁적였다. 혼자서 달콤한 수읽기를 했던 것이다. 혀끝에서는 달디 달지만 막상 뱃속에서는 쓰다. 마치 여름철의 빙과류처럼. <실전>은 흑3으로 이으니 백이 괜한 발질을 한 꼴이 됐다. 백4 하나를 들여다보고는 6으로 얌전히 꼬리를 만다. 강지성이 <해설2>를 그려 보았다. “기세 상으로는 백이 1로 단수치는 거지. 하지만 흑2에 백은 3으로 받을 수밖에 없어. 흑8까지 되어선 오히려 백이 답답한 모양이 되어 버리지.” 홍성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강지성의 말이 옳은 것이다. 바둑의 본질은 ‘둘이 둔다’는 것이다. 수읽기는 상대방의 눈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누구나 아는 얘기지만, 프로들도 실수를 한다. 눈앞에 놓인 떡의 유혹은 이처럼 강렬하다. 헛손질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세하고는 크게 관련이 없다. 바둑은 계속 흐른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해설=김영삼 7단 1974ys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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