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꺼지지않는30%의희망불꽃

입력 2008-07-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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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이 수치를 보면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요? 사람에 따라 이 수치가 희망이 되기도 하고 가망 없는 수치가 되기도 할 겁니다. 낙관론자는 “그래도 30%나 남았네 뭐!”라고 하고 비관론자는“30% 밖에 안 남았어?”라고 말하겠죠? 보통의 사람들은 약 80%의 시력을 가지고 생활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거기에 반도 미치지 못하는 30%의 시력을 갖고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남은 30%의 기능도 세월이 가면 영영 잃어버리게 될지도 모릅니다. 저는 지금 ‘망막색조 변성증’이란 병을 갖고 있습니다. 제 나이 마흔 여섯. 인생의 험한 고비고비 아직 넘어야 할 날이 많이 남았습니다. 현대 의학으로는 아직 치료법이 없는 희귀병이 그만 제 발목을 잡고 말았습니다. ‘망막색소 변성증’은 망막세포가 바깥으로부터 서서히 죽어 가는 진행성 병으로 결국에는 실명에 이르는 희귀병이라고 합니다. 제가 이 병을 알게 된 것은 올해 3월이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1종 면허를 갱신하려고 했더니, 시력이 0.7은 나와야 갱신이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최근에 눈이 많이 나빠진 것 같아서, 안경도수를 높이려고 안경점엘 갔습니다. 그곳에서 “고혈압이나 당뇨가 있냐?”고 물어보는 겁니다. 그런 거 없다고 하니 “눈에 뭔가 이상이 있는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시력이 안 나올 수 없다”고 했습니다. 저보고 병원엘 꼭 가라고 당부 했습니다. 크게 걱정하지 않고 병원에 갔는데, 의사선생님께서 참 이름도 생소한 ‘망막색소 변성증’이라고 얘길 해주셨습니다. 벌써 진행이 많이 됐고, 마치 드라마처럼 제가 점점 시력을 잃어갈 거라고 했습니다. 불가항력! 아무리 해도 안 될 때 그런 말을 쓰지 않습니까? 예전엔 그런 말을 들을 때, “해서 안 되는 일이 어디 있어? 그건 다 핑계야!” 하며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살아왔습니다. 살면서 노력으로 안 되는 일이 있긴 있나봅니다. 처음 면허 취득할 때도 시력에 아무 문제가 없었고, 7년 전 면허 갱신 때도 문제없이 통과를 했습니다. 세월이 흘러 다시 면허 갱신을 하려고 하니 이런 병이 발견됐습니다. 7년이란 세월 동안 무언가 제 눈을 멀게 한 건데, “혹시 어떻게 치료 방법이 없습니까?”하고 물어봤습니다. “현재로서는 거의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다만 진행상태를 조금 늦출 수는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 진행을 늦추는 방법도 속도만 늦출 뿐 실명을 막을 수는 없다고 하더군요. 한마디로 가망이 없다는 말이었습니다. 그럼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눈물이 나서 울고, 또 울었습니다. 울만큼 울고 나면 눈물도 마를까 생각도 했습니다. 눈물이 마르면, 그 때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살아갈 겁니다. 오십, 육십, 앞으로 살게 될 날이 많은데, 보이는 순간만큼은 열심히 보고 살아야합니다. 어쩌면 저는 진행속도가 느려서, 칠십 팔십까지 아무렇지 않게 살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불가항력이라면, 그 운명에 저를 맡기겠습니다. 그리고 어제까지 제가 살았던 것처럼 그렇게 오늘도, 내일도 그냥 살랍니다. 차라리 처음부터 몰랐던 것처럼, 병원에 가보지 않았던 그 때처럼 그냥 그렇게 살아가야겠습니다. 경남 창원|박현숙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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