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번데기와친절한남학생

입력 2008-07-0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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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번데기 요리를 참 좋아합니다. 짭짤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참 일품입니다. 어렸을 때는 학교 앞이나 시장, 유원지에 가면 리어카에서 파는 번데기를 그냥 지나치지 못했습니다. 안 사먹고 지나가면 뭔가 허전하기도 하고… 꼭 사먹어야 직성이 풀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장을 보러 갔는데 한 되에 5000원이라는 싼 가격에 번데기를 파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주저하지 않고 번데기를 한 되를 사서 집으로 갔습니다. 직접 요리를 해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그날 밤 갑자기 탈이 났습니다. 그런 적이 없었는데 그 날은 웬일인지 몸에 안 맞은 겁니다. 몸에 오한이 들면서 불덩이처럼 뜨거워졌습니다. 너무 덜덜 떨려서 꼼짝도 못할 정도가 됐습니다. 거기다 두드러기까지 새빨갛게 올라와 도저히 간지러워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저는 집에서 가장 두꺼운 솜이불을 꺼내다 푹 덮고 누워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너무 아파서 병원에 갈 생각은 하지도 못했습니다. 이러다 갑자기 죽는 것은 아닌지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그렇게 혼자서 끙끙 앓고 있는데, 아래채에 세 들어 살던 남학생이 저를 불렀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픈 몸을 이끌고 거의 기다시피 해서 나가는데 “왜 부르냐?”고 대답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혀까지 굳어버렸고, 목소리도 안 나왔습니다. 그러다 남학생이 제 모습을 발견하고서는 깜짝 놀라 무슨 일인지 물어봤습니다. 말이 나오지 않아 간신히 손짓 발짓으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학생은 자기 방에 가서 몇 개의 알약을 챙겨왔습니다. 사실 그 학생은 제가 살던 지방에 있던 대학에서 임상병리학을 공부하고 있는 학생이었습니다. 대학병원의 약국에서 아르바이트로 약사 일을 하고 있다고도 들었습니다. 저는 간신히 남학생의 도움을 받아 약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한 숨 푹 자고 일어나니 춥지도 않았습니다. 열도 내려가고, 너무도 가려웠던 두드러기도 없어졌습니다. 그런데 자면서 얼마나 땀을 흘렸는지 이불이 흠뻑 젖었습니다. 그리고서 다음 날 “학생 덕에 이렇게 낫게 돼서 고맙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습니다. 그 남학생은 제가 금방 회복 되어서 오히려 고맙다고 했습니다. 저는 이제 번데기를 못 먹습니다. 그렇게 좋아했던 번데기인데, 그 날 이후로 톡톡히 겁을 먹은 탓입니다. 그 날 이후로 번데기 알레르기가 생겨버린 겁니다. 그리도 맛있게 먹던 번데기를 손도 대지 못합니다. 그런데 10년이 훌쩍 지나버린 지금도 번데기만 보면 그 친절한 남학생이 떠오릅니다. 경북 김천|정애란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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