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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블로카잘스서거35주년기념…스페셜10CD한정반세트출시
음악사를 통틀어 ‘거장’의 칭호를 들은 인물들은 적지 않지만, 이름 석자 앞에 ‘성자’라는 수식어가 붙은 인물은 파블로 카잘스가 유일하지 않을까. 그는 첼로의 성자요, 성인이었으며 위대한 음악가이기에 앞서 독재와 맞서 싸우고 평화를 켠 위대한 인간이었다.
‘카잘스’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모음곡’에 얽힌 사연은 너무도 유명하다. 열 세 살의 나이에 부둣가의 악보상점 한 구석에서 낡은 악보뭉치를 발견한 카잘스는 12년 간 매일 밤마다 이 곡을 연구하고 연습했지만, 그가 정작 무대에서 연주한 것은 25세가 되었을 때였다. 그리고 1936 년, 60세가 되어서야 그는 비로소 이 작품을 음반으로 남겼다. 카잘스에게 있어 바흐의 무반주첼로모음곡은 ‘신의 속삭임’과도 같았다. 그는 평생 이 곡에 대한 경외와 숭배를 잊지 않았다. 그의 서거 35주년을 맞아 굿인터내셔널에서 ‘파블로 카잘스 스페셜 에디션(10CD)’ 전집음반을 1000세트 한정판매로 출시했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바흐-무반주첼로모음곡’을 비롯해 ‘베토벤 첼로소나타 전곡’, 코르토(피아노) 자크 티보(바이올린)와 함께 한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카잘스 트리오의 연주곡들이 빠짐없이 담겨져 있는 보석같은 전집이다.
이 음반 커버에 적힌 문구가 인상적이다. 파블로 카잘스가 95세 때 기자가 물었다. “선생님께서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첼리스트로 손꼽히는 분입니다. 그런 선생님께서 아직도 하루에 6시간씩 연습을 하시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카잘스가 활을 내려놓고 대답했다. “왜냐 하면 지금도 제가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카잘스는 이 말을 남긴 이듬해 타계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