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내가 결혼했다’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금기시됐던 아니, 누구도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여성의 중혼을 담았으니 그러고도 남을 일이다. 영화에서 덕훈(김주혁)은 아내(손예진)가 또 결혼하고 싶다는 재경(주상욱)에게 주먹을 날리고 혼잣말을 내뱉는다.
“첩년의 머리채를 휘어잡는 기분.”
영화를 본 관객들이 뽑은 가장 인상 깊은 대사 중 하나다. 그래서 머리채를 휘어 잡힌 ‘첩년’ 주상욱(30·사진)을 만났다. 그리고 물었다. “휘어 잡힌 기분은 어땠는지?”
“깜작 놀랐어요. 주혁형이 절 때리고 예진씨 목을 조르는 장면인데 ‘어? 이러다 진짜 죽는 거 아니야’하는 걱정까지 들었어요. 멋진 연기 구경하다보니 아픈 건 금방 잊었죠”
영화 속 주상욱은 김주혁을 꼬박꼬박 “형님”으로 부르며 따르는 예의바른 두 번째 남편이다. 두 번째 남편이니 온갖 험한 꼴을 다 다행도 얼굴 한번 찌푸리지 않는다.
하지만 진짜 주상욱은 달랐다. 일단 스크린보다 체격이 무척 컸고 강인한 남성적 매력이 물씬 풍겼다. 아내가 다른 남자와 또 결혼한다고 하면, 아니 결혼한 여자가 자기와 결혼하고 싶다고 하면 두 말하지 않고 뻥 차버릴 것 같은 남자다.
주상욱은 털털하게 웃으며 ‘아내가 결혼했다’의 흥행성공을 기뻐했다. 사실 주상욱은 지난 몇 해 연기자의 꿈에 도전하며 아픔을 맛봤다. 스스로 말을 아꼈지만 ‘아내가 결혼했다’는 주상욱에게 8년 만에 다시 찾아온 기회다. 주상욱은 아직 20대 초반이었던 몇 해 전 큰 성공을 거둔 드라마 ‘다모’와 ‘올인’에 캐스팅 됐었다. 비중이 꽤 컸던 ‘다모’, 이병헌의 아역 역할이었던 ‘올인’. 하지만 갑작스러운 군 입대로 천금같은 기회는 한순간에 사라졌다.
“군 복무 후 전역해서 잠깐 다른 일을 하기도 했어요. 너무 연기가 하고 싶어서 참을 수가 없었어요. ‘아내가 결혼했다’도 사실 오디션에 떨어졌었어요. 그런데 너무 아깝고 꼭 하고 싶었어요. 원작소설을 읽은 사람들의 생각, 재경이라는 역할의 특징 등을 연구해서 감독님을 다시 찾아갔죠” 8년 만에 얻은 기회. 그리고 흥행성공. 비록 손예진과 김주혁 등 뒤에 살짝 가려져있지만 누구보다 행복한 새 출발이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