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바둑관전기]완패한이세돌

입력 2008-11-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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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의 바둑도장인 권갑용 바둑도장이 14일 이전한다는 소식이다. 현재 반포동에서 같은 지역인 팔래스호텔 인근 서래마을로 옮긴다. 권갑용 도장은 지금까지 45명의 프로기사를 입단시켜 한국 최대의 바둑학맥을 자랑하고 있는 곳이다. 지난 2003년 동문들의 100단 돌파 기념식을 가졌고, 5년 만에 194단이 되어 200단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권갑용 도장의 이전소식을 왜 전하는가 하면, 이 도장이 배출한 최고의 스타가 다름 아닌 이세돌 9단이기 때문이다. 이세돌이 새까맣게 어릴 적부터 권갑용 7단은 사람들을 만날 때면 “이창호를 꺾을 기재를 키우고 있다”며 자랑하고 다녔다. 사람들은 반신반의했지만, 가끔씩 들려오는 어린 천재의 전설적인 ‘무용담’은 ‘정말 그럴지도 …’ 하는 신뢰를 낳을 만한 것이었다. 그 이세돌이 무럭무럭 자라 이렇게 한국물가정보배 결승전을 두고 있다. 국내 최장기 랭킹1위를 고수 중인 데다, 세계대회 최다관왕이기도 하다. 권갑용 7단의 예언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 바둑은 정확히 200수에서 종국됐다. 더 이상 해 볼 데가 없다고 여긴 이세돌이 깨끗하게 투석하고 말았다. <실전> 백3으로 는 것은 정수. 자칫 <해설1> 백1로 두면 안 된다. 흑4로 이 흑은 살아 있다. <실전> 흑14로는 <해설2> 흑1 식으로 한번쯤 버텨보고 싶은 장면이다. 바둑이 불리하니 ‘뭔가’ 한 건 올려야 한다는 조바심이 난다. 하지만 백2로 끊는 수가 있다. 보다시피 잘 안 된다. 흑은 이런 식으로 버틸 수 없다. 이 바둑은 홍성지가 잘 두었다. 이세돌을 상대로 승리를, 그것도 완승을 거뒀다. 첫 판을 이겼다고 해서 ‘자만모드’로 들어가는 것은 ‘자살모드’에 가깝다. 상대가 이세돌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세돌은 본래 이전부터 ‘첫판은 간보기’라는 행위를 일삼아 온 사람이다. 우승을 위해 단 한 판. 홍성지가 어디까지 마음을 비울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해설|김영삼 8단 1974yskim@hanmail.net 글|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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