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젖병끊기성공!휴∼

입력 2008-11-1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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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태어난 지 만 15개월이 되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저는 아주 중대한 결심을 했습니다. 바로 아들이 잠들 때마다 손에 꼭 쥐고 자는 젖병을 그 날부터 끊기로 한 겁니다. 돌 지난 후로는 분유도 끊었습니다. 빨대로 생우유 먹여가며, 이유식을 조금씩 했기 때문에 낮에는 젖병 때문에 문제되는 일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밤에는 완전히 상황이 달랐습니다. 일단 밤 9시경 취침 시간이 되면 보리차를 젖병에 담아줬습니다. 그럼 스스로 젖병을 잡고 보리차를 빨아먹다 잠이 듭니다. 자정 무렵에 젖병이 없다고 깨어서 울고, 새벽에 또 깨서 젖병이 없다고 웁니다. 그러면 전 잠결에 일어나 젖병을 애한테 쥐어주고, 또 자다가 일어나 쥐어주곤 했습니다. 그런 상황이 하룻밤 사이에 적으면 두 번, 많으면 네 번씩 일어났습니다. 게다가 보리차를 마시며 자니까 밤에 오줌 싸는 일이 많았습니다. 중간에 한 번은 기저귀를 갈아줘야 하는데, 간혹 타이밍을 놓치면 오줌이 넘쳐서 옷까지 다 젖어버리곤 했습니다. 졸린 눈을 부릅떠가며, 우는 애 달래가며 옷 갈아입히고, 기저귀 갈고, 다시 젖병 물려 재우고 이런 일이 반복되니까 제게 숙면이라는 건 먼 나라 얘기고 돼버렸습니다. 그래서 저보다 넉 달 먼저 아이를 낳은 동생에게 상의를 해봤습니다. 그런데 동생의 대답은 아주 간단했습니다. “젖병을 끊어!” 하지만 그 일을 실천하기까지는 정말 쉽지가 않았습니다. 젖병을 끊기로 마음을 먹은 날, 저는 아이가 보는 앞에서 젖병에 끼워진 젖꼭지를 가위로 자르고,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젖병한테 인사하자. 젖병아∼ 그동안 너희들 덕분에 맛있는 우유 먹고 이만큼 컸단다. 하지만 나는 이제 너희들이랑 헤어져야 해. 그동안 정말 고마웠어. 안녕∼” 하면서 아들에게 인사하라고 시켰습니다. 아들이 잘린 젖꼭지 구멍으로 손가락을 넣어보고 입에 물어보고 하다가 갑자기 집어던지면서 막 울었습니다. 저희 아들은 걸어가다 넘어져도, 그리고 유모차에서 떨어져도 5분 이상 울어본 적이 없는 아이입니다. 그 날 첫 타임에는 무려 한 시간을 넘게 울었습니다. 저도 정말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게 오로지 나 좋으려고 애를 고생시키는 건 아닌지, 때 되면 끊는 걸 너무 일찍 시작했나? 지금이라도 다시 젖병을 물릴까?’ 정말 고민도 많이 되고, 걱정도 됐지만, 푹 자면 애도 좋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우는 아이를 끌어안고 등을 토닥토닥 거리며 “우리 아들은 아직도 아가지만, 젖병은 없어도 되는 아가니까. 우리 젖병하고 인사하자. 할 수 있겠지?” 하면서 아들에게 얘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아들 얼굴을 보니까, 제가 갑자기 눈물이 핑 도는 거 있죠? 하지만 우리 가족의 숙면과 행복한 생활을 위해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첫 날 첫 타임에 1시간을 운 아들은, 그 날 밤에는 40분, 그 날 새벽에는 30분, 둘째 날 낮잠 잘 때 20분, 밤에 40분, 새벽에 10분… 이런 식으로 차츰 차츰 우는 시간과 강도를 줄여나갔습니다. 그리고 닷새째 되는 날은 정말 거의 보채지도 않고 잠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새벽에도 한두 번 깨서 잠깐 칭얼대는 것 같더니 그냥 잠이 들었습니다. 너무나 놀랍고 감격적인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아들 태어나고 15개월 만에 드디어 숙면을 취하게 됐고, 몸도 한결 가벼워지고 좋아졌습니다. 우리 아들에겐 아마 이 일이 세상에 태어나 처음 겪는 힘든 고비였을 겁니다. 앞으로는 세상 살다보면, 울면서 이겨내야 할 일들이 더 많겠지요? 하지만 그 때마다 이렇게 기특하게, 씩씩하게 잘 견뎌 내줬으면 좋겠습니다. 강원 화천 | 박지현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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