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고3우리딸이제는몸챙기렴

입력 2008-11-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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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야간 자율학습 끝낸 우리 고3 딸이 들어왔습니다. 눈이 뻘개 있었습니다! 깜짝 놀라서 “왜 그러니? 어디 아프니?” 했더니 딸애가 “엄마 배 아파!” 하면서 눈물을 뚝뚝 흘리는 거였습니다. 저는 침착하게 배를 따뜻하게 해주고 매실음료 따뜻하게 해서 먹였습니다. 배를 살살 문질러 줬는데, 그래도 딸애가 배가 계속 아프다며 꾹 움켜쥐었습니다. 허리를 굽히며 “엄마. 배 아파” 계속 이러는데,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그 때가 밤 11시, 어쩔 수 없이 가까운 병원 응급실로 달려갔습니다. 피검사, 엑스레이, 링거를 맞아도 아무 소용없고 응급실 의사 선생님 말씀이 아직 병명이 뭔지 잘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맹장인지 아닌지 모르겠다는데, 뭔지 알아야 수술을 하든지 약을 쓰든지 할 텐데 걱정만 하고 있다가 안 되겠다 싶어 링거를 빼고 대학병원 응급실로 달려갔습니다. 진찰을 해보더니 의사 선생님께서 “맹장은 아닌 것 같고…장 쪽에서 이상이 있는 것 같은데요?” 하셨습니다. CT를 찍어 봐야겠다기에 찍어봤는데 역시 맹장은 괜찮았고, 담낭이나 소장, 대장 쪽을 검사해 보았습니다. 애는 아무것도 못 먹어서 입이 바짝 말라 있고, 병원에서도 병명을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혹시 잘못되는 건 아닌 가 불길한 생각까지 드는 겁니다. 그렇게 다음날 새벽이 됐는데, 전문가 선생님이 출근을 하셔야 판독을 하고 약 처방도 된다고 무조건 기다리고 하는 겁니다. 애는 아프다 그러지 열은 오르지 약 처방은 안 되지 고3인데 어떻게 해야 되나 정말 애가 탔습니다. 우선 입원을 해서 지켜봐야 되겠다기에 입원을 하고 그렇게 안타까운 시간들만 흘러갔습니다. 오후가 돼서야 검사결과가 나왔는데, 결과를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대장에 혹이 나 있었는데, 그게 터진 것 같다는 겁니다. 대장에 혹이 난 줄도 몰랐고, 그게 터졌다는 것도 깜짝 놀라 걱정이 됐습니다. 원인이 뭐냐 물으니 여러 가지 있을 수가 있다고 했습니다. 장이 약해서 그러기도 하고 스트레스로 그럴 수 있다고 그러자 문득 우리 딸 수시 불합격한 생각이 났습니다. 2학기 돼서 수시 2차에 3군데 넣었는데, 모두 불합격 문자가 왔습니다. 꼭 될 줄 알고 있다가 그렇게 되니 충격이 컸던 모양입니다. “수시 떨어지면 열심히 해서 정시 보라”했는데 내성적인데다 말수가 없는 우리 아이, 상당한 스트레스였던가 봅니다. 중·고등학교 다니면서부터는 한번도 병원에 다닌 적이 없는데 이번에 이렇게 크게 놀래고, 우리 딸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모라고 있어봐야 별로 도와주지도 못하고 혼자서 신경 다 쓰고 있다가 이렇게 병까지 난 우리 딸 너무 불쌍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딸은 자기 몸 아픈 것보다 학교에 못 가는 걸 더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황금 같은 시간에 일주일이나 병원에 입원해있었다고 맘 조급해하는데, 제가 그랬습니다. “쉬어간다 생각해. 그렇게 신경 쓰면 병이 더 오래간다. 아무 생각 말고 좀만 쉬어.” 병원에 입원해서 까지 쉴 생각 못 하고, 여전히 고3이라는 끈을 놓지 못했던 우리 딸. ‘고 3스트레스가 정말 대단하구나’ 다시 한번 느꼈답니다. 이후에 퇴원해서 약 먹어가며 공부시키고 혹시 몰라서 독서실 가서 공부하겠다는 걸 말려서 집에서 공부시켰습니다. 우리 딸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했다고 믿습니다. 전국에 있는 모든 수험생들! 최선을 다해 모두 원하는 결과 얻었길 바랍니다. 젊은 우리 청춘들!! 파이팅입니다!! 대전 유성 | 곽영애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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