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장군도오싹!겨울스릴러나가신다

입력 2008-11-1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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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멜로영화가 어울리는 계절이 왔다. 하지만 태평양을 건너온 두 편의 영화는 오히려 오싹하다. 11월 중순부터 12월 말까지 이어지는 영화계 보릿고개의 시작. 1년 중 가장 적은 관객이 극장을 찾는 시기다. 그런데 극장은 어느 때 이상 풍성하다. 한창 상영중인 한국영화 ‘아내가 결혼했다’, ‘미인도’, ‘앤티크’에 이어 새롭게 개봉되는 ‘눈먼 자들의 도시’(감독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맥스 페인’(감독 존 무어). 두 영화는 모두 원작이 있고 현대 사회의 부정적인 모습을 날카롭게 비판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음울한 잿빛 도시를 배경으로 현실이 가장 잔혹하고 무섭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어느 날 갑자기 눈이 멀었다. 순식간에 도시 속 모든 사람의 눈이 먼다. 가만히 생각해 나만 앞이 보이지 않는 게 아니다. 그 누구도 날 또렷이 볼 수 없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순간 인간의 내면에 숨겨져 있던 야성은 도덕심을 무너뜨리고 충동과 욕구를 낳는다. 평범했던 사람들이 식량을 무기로 강간을 한다. 시력을 잃은 사람들은 이성까지 함께 잃었다. 아비규환이다. ‘눈먼 자들의 도시’는 노벨문학상 수상작 주제 사라마구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남편을 지키기 위해 앞이 보이는 걸 숨기고 눈먼 사람들이 갇힌 수용소에 함께 들어간 외과의사(줄리언 무어)의 눈에 비친 그곳은 지옥이다. 제 61회 칸 국제영화제 개막작이었던 이 영화는 공개되자마자 충격적인 영상으로 관심을 받았다. 워낙 원작이 빼어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하지만 시력을 잃고 짐승이 되어 버린 추악한 인간의 모습을 통해 그린 끔직한 공포는 생생하다. ‘맥스 페인’은 수많은 청소년들을 ‘폐인’으로 만든 동명 비디오 게임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다. ‘맥스 페인’은 미국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고 마크 월버그의 액션도 화려하지만 다른 게임원작 영화처럼 빈약한 스토리를 극복하지 못했다. 하지만 현실을 비판의 칼날은 제법 예리하다. 미해결 사건 전담 형사 맥스는 3년 전 괴한들에게 아내와 딸을 잃었다. 3년간 범인을 뒤쫓지만 오히려 함정에 빠져 동료들을 살해한 용의자가 된다. 아내의 죽음, 살해누명까지 이 모든 상황은 아내가 다니던 거대한 제약회사에서 만난다. 맥스는 아내의 복수와 함께 누명을 벗기 위해 검은 음모와 맞선다. 아무도 믿을 수 없는 냉혹한 도시에서 홀로 싸우는 주인공의 고독은 이미 원작 게임에서 인기가 높았다. 음침한 도시를 뛰어다니며 왜곡된 세상을 바로 세우기 위해 처절히 싸우는 모습은 영화 주인공이지만 결코 화려하지 않다. 오히려 음습하고 잔혹하지만 그래서 더 현실적이다. 이경호 기자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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