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블랙&화이트]맹렬바둑광함중아씨

입력 2008-11-2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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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주말판 ‘양형모가 만난 사람’난을 통해 소개된 가수 함중아(52)씨. 지면 성격상 그의 음악세계에 대해서만 기사화했지만, 오늘은 바둑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함중아 씨는 대단한 바둑광입니다. 본인 스스로 “우리나라 연예인 중 프로기사들과 가장 많은 바둑을 두어본 사람”이라 자부하고 있지요. 90년대 후반, 함중아 씨는 전속으로 출연하던 부산의 모 나이트클럽 옆 건물에서 한국기원 지원 간판을 발견합니다. 7급 수준이었던 그는 이후 참새가 방앗간 드나들 듯 틈만 나면 기원에 나가 바둑을 두었다지요. 여기서의 ‘틈’은 글자 그대로 ‘틈’입니다. 무대에서 한바탕 노래를 하고나면 무조건 기원 계단을 뛰어올랐습니다. 딱 한 판만 둔다! 하고 마음을 먹지만 어디 바둑이란 요물이 사람 마음먹은 대로 되던가요? 함중아와 양키스는 바둑으로 인해 ‘함중아 빠진 양키스’로 무대에 올라야 했던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지요. 프로기사들 중에서도 김철중 3단과는 친구처럼 지내는 사이입니다. 10년 전 쯤 함 씨는 바둑 라이벌인 친구 가족과 김철중 3단 가족, 이렇게 세 식구가 함께 부산 해운대로 피서를 갔습니다. 호텔에 방을 잡아 놓고 가족들이 해수욕장에서 노는 동안 이 못 말릴 바둑쟁이들은 방구석에 처박힌 채 2박3일 동안 주야장천 바둑만 두었다는 얘기입니다. 함 씨와 친구는 2박3일간 김3단에게 6점으로 도전했지만 완패. 덕분에 김3단은 바다구경 한 번 못했지만 하수들이 상납(?)한 용돈을 두둑이 챙겼답니다. 주머니를 탈탈 털린 두 사람이 마지막 날 김3단에게 물었다지요. “도대체 너 우리를 몇 점까지 접을 수 있는 거냐?” 그러자 접바둑이라면 이창호, 조훈현보다 더 잘 접는다는 김철중 3단은 느물거리며 말했답니다. “8점은 접을 수 있지.” 함중아 씨는 철저한 실전파입니다. 바둑 인터넷 사이트에 처음 가입했을 때는 꼬박 24시간 동안 모니터 앞에서 바둑만 둔 적도 있다지요(하이고! 못 말려). 많은 취미를 가져봤지만 밤새도록 해도 지겹지 않은 건 딱 바둑 하나라는 말도 했습니다. 함중아 씨의 바둑 예찬론을 한 번 들어볼까요? “재미가 있으려면 어려워야 돼요. 쉬우면 금방 질리거든요. 그런 점에서 바둑은 얼마나 어렵습니까? 기타도 마찬가지예요. 쉽다고 생각하는 통기타도 알고 보면 쉬운 게 아닙니다. 한 10년 쳐야 제대로 소리가 나요.” 어느덧 지천명을 훌쩍 넘긴 나이에 고향인 포항에서 7080라이브클럽을 열고 ‘포항 최고의 명소’로 키우겠다는 꿈을 실천하고 있는 함중아 씨. 아시죠? 바둑이나 인생이나 승부는 ‘한 방’이 아니라 ‘끝내기’에서 결판난다는 것. 파이팅입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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