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원의도쿄통신]이지마아이의사망과日연예계살풍경

입력 2008-12-28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2008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일본 연예계를 강타한 슬픈 소식인 탤런트 이지마 아이(36·사진)의 사망 소식 여파가 사그라들 줄 모르고 있다. 파란만장한 삶, 고독한 사망, 원인불명의 죽음 등 그의 부고를 에두른 얘깃거리는 얄궂을 정도로 풍부하기 때문이다. 이지마 아이가 10대 시절 가출한 뒤 8년동안 연락을 두절했다가 화해한 그의 양친은 27일 조용히 가족끼리 장례를 치르고 딸을 갑자기 떠나보낸 비통한 심정을 보도자료 형식으로 간략하게 발표했다. 그러나 그가 생전에 어떤 인물이었으며 왜 세상을 떠났을까에 관해 이른바 지인이라는 연예인들의 증언과 추측은 수다스러울 만큼 연일 전파에 넘실거리고 있다. 카메라에 대고 애도의 코멘트를 말하는 연예인의 인원수도 기존의 여느 유명인의 사망 소식 때 보다 바글바글했다. 때문에 눈을 감은 지 1주일이 지나서야 시신이 발견돼 ‘고독사’로 불리고 있는 이지마 아이의 사망은 더욱 아이러니한 씁쓸함을 자아내고 있다. 10대 시절 유흥업소에 종사했고 20대 초반 에로배우로 활동하다 메이저 방송가에 진출해 지극히 이례적으로 성공을 거둔 이지마 아이는 ‘플라토닉 섹스’라는 자전적 에세이로 베스트셀러 작가의 대열에도 올랐다. 자유분방하고 거침없는 입담으로 인기를 누리던 중 지난해 갑작스럽게 은퇴를 선언한 그는 성인용품을 판매하는 인터넷 쇼핑몰 사업을 준비중이었다는 것을 최후의 발걸음으로 남긴 채 세상을 떠났다. 생전 그와 친했다는 연예인들은 입을 모아 ‘밝고 착하고 배려심이 많은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그 증언에 따르면 이지마 아이는 연예인, 스포츠선수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는 많은 유명인들과 교분을 가졌으며 그들이 힘들 때마다 먼저 문자메시지 등으로 연락을 취해 다정한 한마디를 던지는 적극적인 사교성을 자랑했다. 그러나 연예계를 은퇴한 뒤 스포트라이트의 그늘로 사라진 그가 이후 블로그에 올린 글들은 그토록 풍부했던 인간관계를 허망하게 만드는 내용 투성이였다. 이미 올해 초 항우울증 약을 복용 할 만큼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였던 그는 ‘단지 말 벗이 필요해서’라며 경찰서에 찾아간 적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경제적인 궁핍함을 토로하는 글도 블로그에 아주 오래전에 올라와 있었다. 사후 약방문 마냥 그 글들을 찾아내 일일이 더빙처리까지 해 육성처럼 들려주며 이지마 아이의 고독과 힘겨움을 반추한 뒤 안타깝다는 표정을 짓는 텔레비전 속 그의 옛 동료들 모습은 당연하고 어쩔 수 없는 것일지라도 쓴 뒷맛을 남기고 있다. ‘뭐, 세상사가 다 그런 게 아니겠느냐’고 체념의 한마디를 툭 던진다면 더 덧붙일 말은 없겠지만 이지마 아이의 사망 소식은 겉과 속이 다른 연예계의 살풍경을 새삼 드러내는 기회가 됐다. 도쿄 | 조재원 스포츠전문지 연예기자로 활동하다 일본 대중문화에 빠져 일본 유학에 나섰다. 우리와 가까우면서도 어떤 때는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진 일본인들을 대중문화라는 프리즘을 통해 알아보고 싶다.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