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는 탤런트 류시원(37)으로 통하지만, 일본에서 류시원은 가수다. 한국 잠실 종합운동장을 능가하는 도쿄돔에서 3시간 넘게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류시원이 이렇게 인기가 많을 줄이야….’ 평범한 한국인들이 그 광경을 본다면 입이 쩍 하고 벌어질 정도다.
류시원은 지난해 12월23~24일 양일 간 도쿄돔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었다. 게스트들이 줄지어 나오는 한국 식 콘서트와 달리, 류시원 혼자서 진짜 단독으로 공연했다. 무려 7만 명에 이르는 일본 팬들이 류시원을 보러 왔다. 입장료는 9800엔(약 14만7000원)이다.
7만 명 규모는 가히 놀라운 수치다. 광화문 네거리에서 열렸던 대규모 촛불집회 규모와도 맞먹는다. 이들 모두 한국인 류시원 한 명을 보러 왔다는 것에 또 한 번 놀랄 따름이다. 안무까지 맞춰 응원을 보낸 일본 주부 팬들의 열성은 또 하나의 볼거리였다.
일본의 40~50대 주부들이 류시원의 광 팬층이다. 남편과 함께 공연장에 온 주부, 아들 딸을 동반한 주부, 친구와 함께 온 주부 등 온통 학부형들로 넘쳐났다. 산타 모자를 눌러쓰고 야광봉을 흔드는 중년 여성들의 모습은 한국의 주부들과는 판이했다. 누군가는 “주책없다”고 말하겠지만, 어떤 이는 “열정적”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류시원의 인기 요인은 무엇일까. 공연 내용에서는 도무지 답이 나오지 않았다. 류시원은 가창력이 뛰어나지 않았고, 콘서트도 화려하고 신선한 퍼포먼스를 볼 수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나 많은 일본인들이 열광하고 있다. 앨범이 발매될 때마다 오리콘차트 1위를 따 놓은 당상처럼 오르고 있는 류시원이다.
이유는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있다. 매너 있고 따뜻해 보이는 한국 남성을 보며 향수를 느끼는 일본 주부들의 특성에서 류시원의 인기 비결이 보인다. ‘겨울연가’ 한 편으로 일본에서 스타덤을 구가하게 된 배용준의 사례가 이를 설명한다. 자상해 보이는 눈웃음과 귀공자 같은 류시원의 스타일이 일본에서 통했다.
하회마을의 명문 풍산 류씨 12대손, 지난 1999년 엘리자베스 2세 영국여왕 방한 당시 방문한 집안 등 뼈대 있는 가문 출신이란 점도 일본인들을 동요시켰다. 우리와 달리 아직 왕실이 존재하는 일본에서 류시원은 ‘왕자’ 같은 이미지로 포지셔닝됐다. 실제로 류시원은 일본 현지에서 ‘프린스(왕자)’로 통한다.
그런데도 국내에서는 ‘한류스타’ 류시원이 낯설기만 하다. 배용준 정도의 포스가 부족하다. ‘한류스타’ 하면 박용하, 이병헌, 송승헌 등이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몰라서 하는 소리다. 류시원의 일본 내 인기,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도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