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 아들아! 수두쯤은별거아냐

입력 2009-01-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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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학년인 우리 아들 학교에 수두가 유행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우리 아들도 딱 수두에 걸린 겁니다. 온몸에 빨갛게 뭐가 나고, 막 가려우니까 아이가 겁을 먹었는지 “엄마! 내 몸이 왜 이래?” 하고 눈물이 그렁그렁했습니다. 그래서 별거 아니라고, 자꾸 긁으면 흉터 생기니까 가려워도 참으라고 했습니다. 태연한 척 얘기하고 돌아서서 저 혼자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습니다.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8년 전, 우리애가 태어나서 몇 개월 지나지 않았을 때의 일입니다. 아들의 하얗게 예쁜 피부에 언제부턴가 빨간 꽃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그 전엔 보지 못한 것들이라 병원에 데려갔는데, 그 땐 시골이라 그랬는지 의사선생님도 그게 뭔지 잘 모르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냥 태열인 것 같다고 이러다 없어지니까 조금 기다려보라고 했습니다. 저와 남편은 의사선생님 말만 믿고 그냥 없어지길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잠깐 사이에 온몸으로 그 붉은 꽃은 번지고 애는 아프고 가려워서 잠도 못 자고 거의 매일 울기만 했습니다. 그래서 여기저기 수소문 해 피부과로 유명하다는 병원에 찾아갔는데, 거기서 아토피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 때는 남편도 저도 아토피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일단 손싸개로 아이의 손을 쌌습니다. 어르신들이 알려주는 민간요법대로 아이에게 해봤습니다. 눕혀놓고 틈나는 대로 등을 두들겨 아이의 가려움을 좀 덜어주기도 하고, 그 위에 오이를 갈아 올려보고, 감자도 갈아 올려봤습니다. 그때는 뭐가 좋다고 하면 일단 다 해봤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피부에선 하얗게 각질이 떨어졌고, 아이는 잠을 제대로 못 자 계속 울기만 했습니다. 명절날 시댁이라도 가게 되면, 밤이고 새벽이고 아이가 울어대니까, 다른 가족들에게 미안했습니다. 항상 추운 겨울에도 아이를 업고 나와 집 주변을 맴돌았습니다. 낮에도 가끔 산책 삼아 집 주변을 돌았는데, 사람들은 마치 희한한 구경이라도 난 것처럼 우리 애를 뚫어져라 쳐다보곤 했습니다. 아무리 아기라도 우리 아들이 그 눈빛에 상처받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많아지면 일단 잰걸음으로 그 자리부터 황급히 피하곤 했습니다. 그러다 아이가 커서 이유식 할 때가 됐는데, 먹이지 말아야 되는 음식이 참 많았습니다. 세상에 맛있는 음식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거 다 맛보게 하지 못 하고 제한 된 음식만 줘야 했습니다. 그게 그렇게 안쓰럽고 불쌍했습니다. 하지만 그 때는 오로지 아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것에만 집중하며 살았기 때문에 음식도 정확하게 가려서 먹였습니다. 집도 시골로 들어가 황토집으로 이사해 살았습니다. 그렇게 애들한테 좋은 것만 먹이고, 입히고 신경을 많이 썼더니, 아이가 네 살이 되었을 때, 믿기지 않을 정도로 피부가 깨끗해졌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깨끗해지고 건강해졌습니다. 그런데 그 아토피의 공포스러운 기억을 잊을 때쯤 우리 애가 또 수두에 걸리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깨끗한 우리 아이 피부에 또 다시 빨간 얼룩이 생기니 속상했습니다. 빨리 그 얼룩을 지워주고 싶어서 약도 두세 가지를 사왔습니다. 저희 아들, 이번에도 잘 이겨내겠죠? 아토피도 이겨냈는데 이 정도 수두쯤이야 거뜬히 이겨 낼 거라 믿습니다. 개구쟁이 우리 아들, 요즘 밖에 나가 놀지 못 해 답답해하는데, 빨리 건강해져서 다시 웃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충북 음성 | 노영숙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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