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효녀딸되기’쉽지않네요

입력 2009-01-06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4


얼마 전 모 교육사이트에서 이벤트를 했습니다. 교육과 관련된 글을 많이 올린 사람에게 디너쇼 티켓을 2장 준다고 했습니다. 전 친정엄마와 디너쇼라는 곳에 가보고 싶어 밤잠을 설쳐가며 아이디어를 짜냈습니다. 평소 잘 하지 않던 메모까지 하며 아이디어를 짜냈더니, 이벤트 기간 동안 무려 40여 편의 글을 올리게 됐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곳 운영자로부터 디너쇼 티켓을 보내주겠다는 연락을 받게 됐습니다. 어찌나 기쁘고 기분이 좋던지… 연락 받자마자 바로 엄마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엄마도 너무 기뻐하며 디너쇼 날짜만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친정 엄마한테 전화가 온 겁니다. “영주야, 나 그 날 못 가겠다. 그 날이 네 할아버지 제사인 걸 깜빡했다. 그 날, 큰어머니 댁에 가서 제사 준비해야 돼” 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너무 안타까워서 “엄마. 저녁 먹고 쇼 조금 보다가, 9시쯤 가면 안 돼? 큰어머니께 죄송하긴 하지만 미리 제사 준비하시라고 하고, 엄마는 오후 10시쯤 가면 되는 거잖아요?” 하니까 안 된다고 하면서 미안해하셨습니다. 자꾸 졸라봤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엄마는 “남편하고 같이 가. 둘이서 오붓하게 공연보고 와도 좋지” 하셨지만, 전화를 끊고 나서 왜 그렇게 속상하던지…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고 말았습니다. 디너쇼라는 것이, 워낙 가격도 비싸고, 또 혼자 갈 수도 없는 일이라 최소 두 명 티켓을 사야 됩니다. 그 부담이 정말 장난이 아닙니다. 솔직히 이번 기회 아니면 우리 엄마가 그런 곳에 가볼 일이 없을 텐데… 남편이야 언제든 또 갈 수 있지만, 저희 엄마는 그러기 힘들다고 생각하셨습니다. 그나마 이 티켓도 제가 상품으로 받았다고 하니 따라가겠다고 하신 거지, 만약 제가 돈 주고 산 티켓이라 그러면 펄쩍 뛰며 당장 바꿔오라고 하셨을 겁니다. 사실 저희 어머니는 노점상으로 핫도그도 팔아보셨고, 제가 중학교 다닐 때는 저희 선생님 댁 파출부 일도 하셨습니다. 지금도 연세가 환갑 가까이 되셨는데, 아직도 유치원 청소하러 다니십니다. 거기다 제가 몸이 좀 아픕니다. 최근 우울증이 생겨 치료받고 있는데, 친정에서 4시간이나 걸리는 저희 집을 매주 주말마다 오셔서 집안 살림을 해 주고 가십니다. 오실 때마다 어떻게든 제 기분 좋아지게 하려고, 밖으로 자주 데리고 나가고, 재밌는 얘기가 있으면 꼭 기억해 뒀다 얘기해주시곤 하셨습니다. 그렇게 평생 고생만 하신 분인데, 좋은 공연 하나 마음대로 볼 수 없다니… 너무 속상합니다. 집안 대소사 지금까지 잘 챙겨오셨는데, 할아버지 제사 때 온 가족 모이는 건 알지만, 그래도 한번쯤 사정 얘기하고 빠질 수도 있는 줄 알았습니다. 당신 해야 될 일은 끝까지 챙기시는 우리 엄마. 절대 남한테 폐 끼치는 일이라곤 해 본 적이 없으셨습니다. 엄마는 결국 디너쇼를 포기했습니다. 좋은 공연 정말 꼭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그것마저 내 맘대로 해드릴 수 없다니, 무척 마음이 아픕니다. 서울 노원 | 신영주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