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 : 허허. 저 높은 데 있는 물건을 꺼내갔단 말이야?
난 도저히 안 닿겠는데.
아무리 뛰어도 저기까지는 손끝도 안 닿아.
새라 : 이 아래에 뭘 놓은 흔적도 없고, 여기에는 놓을 만한 것도 없는 텅텅 빈 곳이야.
발자국 말고는 뭘 끌고 왔거나 놓은 흔적이 전혀 없잖아.
닉 : 그래도 다행이지.
알리바이가 없는 용의자가 세 명 있으니까.
전부 다 이 대학교 운동부 선수들이지?
새라 : 그래. 농구선수, 배구선수, 역도선수, 이렇거든.
키도 그렇고 팔을 뻗었을 때의 높이도 다들 엇비슷하니까 닉, 당신 생각은 어때?
누가 범인일 것 같아?
저 높은 데까지 뛸 정도라면.
우리 10만 원 내기 할까?
닉 : 좋아. 아무래도 범인은 농구선수 아니겠어?
농구선수한테는 점프력이 얼마나 중요한데.
새라 : 하지만 제자리높이뛰기는 배구 선수 쪽이 좀 더 낫지 않을까?
난 배구 선수한테 한 표 던지겠어.
반장 : 둘이 하나씩 골랐나?
난 아무도 골라잡지 않은 역도 선수한테 한 표 놓지 뭐.
닉 : 반장님. 보너스라도 받으셨나요?
10만 원을 왜 그렇게 쉽게 날리려고 그러세요.
반장 : 허허… 그냥 역도 선수를 찍은 게 아니야.
제자리 뛰기 실력은 역도 선수가 제일 좋단 말이야.
새라 : 에? 역도 선수가요?
그 사람들은 점프할 일이 없잖아요.
무거운 걸 드는 게 일인데.
반장 : 그런데 말이야.
역도란 건 한 순간에 폭발적으로 몸의 힘을 끌어다 쓰는 거란 말이야. 다시 말하면 순발력이 탁월해야만 역도를 잘 할 수 있다네.
그렇다면 순발력을 측정하는 방법이 뭐지?
닉 : 그거야… 서전트 점프, 그러니까 제자리 높이 뛰기죠.
반장 : 그래서 평균적으로 역도 선수, 배구 선수, 농구 선수 순으로 순발력이 좋다고 하지. 아무래도 우리 눈앞에서야 역도선수들이 점프할 일이 없으니 역도 선수가 제자리높이뛰기를 가장 잘 한다고 생각하기 어렵지만, 실제로는 그렇다네.
역시 순발력이 핵심인 50 미터 달리기에서도 역도 선수가 오히려 웬만한 육상 선수보다 더 잘 뛴다고 하지.
자, 돈들 내 놓으라고.
새라 : 아직 범인이 안 잡혔다고요.
그때까지는 보류하시죠.
반장 : 닉은 벌써 내뺐군.
차라리 역도 선수를 하면 좋았을 텐데.
수사결과
제자리높이뛰기를 가장 잘 하는 운동선수는 농구나 배구 선수보다는 폭발적인 순발력을 필요로 하는 역도 선수로 수사 결과 이 대학교 역도부 선수를 범인으로 체포함.
(추신) 닉의 다음 달 월급에서 10만 원을 압수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