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와인,휴고보스모델겸폴로선수힐링어

입력 2009-03-10 01:3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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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와인은 국내 소비자들에게 아직 친숙하지 않다. 사실 기자도 오스트리아 와인에 있어서는 일반 소비자와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와인을 마시는 데 있어 ‘국적’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 보다는 코와 입에서 느끼는 감각이 중요할 뿐. 꽤 괜찮은 오스트리아 와인을 하나 발견했다. ‘힐링어’(Hillinger)다. 23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힐링어 와인 테이스팅에서 힐링어 스파클링(07), 스몰 힐 화이트(08), 힐링어 소비뇽 블랑, 스몰 힐 로제, 스몰 힐 레드(이상 07), 생 로렌(06), 힐 쓰리 TBA(05) 등을 맛 봤다. 전날 비행기로 공수한 스몰 힐 화이트는 망고향과 함께 신선하고 산뜻한 느낌이 좋았다. 이어 나온 힐링어 소비뇽 블랑은 풀향과 꽃향이 코를 기분 좋게 간질이고, 적당한 산미와 입 안에 감기는 느낌이 근사하다. 소비뇽 블랑 100%로 만들었는데 장기 보관이 가능하다며 마이클 호프켄 힐링어 세일즈 매니저는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인다. 스몰 힐 화이트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단맛이 치고 올라오는 느낌이 있다면 이건 상대적으로 시간이 지나도 캐릭터를 유지하는 힘이 있다고나 할까. 이 날의 베스트 와인. 소비자가를 물어보니 7만5000원이란다. 오스트리아 고유 품종인 생 로렌 100%로 만든 생 로렌은 산딸기향이 무척이나 매혹적이다. 매끄러운 바디에 첫 느낌에서 피니시까지 이어지는 힘이 탄탄했다. 이건 아직 시판되지 않는 와인이라는 데 오스트리아 와인을 느끼는 데 한번 시도해 볼 만 하다. 힐 쓰리 TBA는 귀부와인 3대 생산지로 내세우는 부르겐란트에서 만든 와인답게 꿀보다 더욱 달콤하고 강렬한 느낌이 압도적이다. 그렇다고 다 좋은 건 아니었다. 스몰 힐 로제와 레드는 다소 밋밋했다. 나쁘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좋다고 권하기에는 부족한 느낌이다. 이날 와인 자체보다 더욱 눈길을 끈 건 사실 세일즈 매니저가 들고 온 브로슈어에 등장하는 와이너리 오너 레오 힐링어(42)다. 오웬 윌슨을 연상시키면서 훨씬 잘 생긴 얼굴이 ‘꽃남’에 빠진 한국 여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할 듯 하다. 키는 190cm가 넘고, 포도송이를 집어든 팔은 탄탄한 근육을 자랑한다. 이력이 궁금해 물었더니 역시나. ‘휴고 보스’의 모델로 활동한 경력이 있단다. 힐링어 와이너리에는 1일 평균 200명이 예약을 통해 방문한다. 방문객은 종종 레오 힐링어를 볼 수 있는데 보는 순간 매혹적인 얼굴과 카리스마에 탄성을 내지르기 일쑤란다. 지난해 와이너리를 방문한 와인수입사 수미르와인의 김미경 대표는 “여자들이 잘생긴 외모와 탄탄한 근육에 감탄의 소리를 낸다. 단지 잘 생긴 게 아니라 카리스마까지 겸비했다”고 증언했다. 24유로(약 4만7000원)만 내면 누구든지 와이너리 투어를 할 수 있다고 한다. 그의 얼굴을 보니 가고 싶지 않은가. 와이너리에서 볼 수 있는 재미있는 모습 가운데 하나는 직원들이 등 번호가 적힌 폴로 셔츠를 유니폼으로 입고 일하는 것. 폴로 선수로도 활약한 적이 있는 힐링어의 주문 사항이란다. 힐링어는 1990년 23세의 나이에 저가로 막 마시는 더블 리터 와인을 생산하던 작은 와이너리를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후 미국, 남미, 호주, 뉴질랜드 등을 돌아다니며 쌓은 지식과 경험을 새로운 와인 만들기에 쏟아 부었다. 그 결과 오스트리아 동부 부르겐란트의 노이지들러 호수 근처에 위치한 포도밭에서 최고급 와인 ‘힐’ 시리즈를 만들어 1997년부터 생산량의 50%를 해외로 수출하기 시작했다. 힐 시리즈의 성공에 힘입어 2005년 가벼운 느낌으로 젊은 층에 어필할 수 있는 ‘스몰 힐’ 시리즈도 탄생했다. “남들이 다 만들 수 있는 똑같은 형태의 국제적이고 패셔너블한 와인 생성에는 관심 없다. 나는 오스트리아 최고 품질의 창조적인 와인을 만들기를 원한다”고 외쳐온 힐링어의 철학이 인정받은 대목이라는 게 마이클 호프켄 세일즈 매니저의 설명이다. 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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