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Kcal
1분당 칼로리 소모량…격렬한 핸드볼 경기 수준
90%
최대산소섭취량…박태환의 수영 200m 운동강도
35분
연기시간…쇼트 2분50초+프리4분10초씩 5개 대회
1500시간
연습시간…35분 연기 위해 연평균 1500시간 구슬땀
길고, 가녀린 팔로 이야기의 장막을 열어젖힌 김연아(19·고려대). 관객은 4분10초 동안 세헤자라데로 변신한 김연아의 간절한 이야기를 듣는다. 혼신의 연기를 마친 김연아. 모든 것이 끝난 뒤에야 그녀는 허리춤에 손을 얹고 가쁜 숨을 몰아쉰다. 그제야 관객은 깨닫는다. 방금 전 빙판 위를 수놓았던 김연아가 불멸의 여신이 아니라 피로를 느끼는 사람인 것을.
백조의 우아함 뒤에 쉼 없는 발놀림이 있듯, 김연아의 연기 뒤에는 초인적인 체력소모가 뒤따른다. 쇼트프로그램 연기는 2분50초, 프리스케이팅은 4분10초. 피겨 스케이팅은 스케이트 활주와 점프 등 칼로리 소모가 심한 여러 동작이 얽혀있다.
일반적으로 활주의 속도가 더 빠를수록 점프는 더 높아진다. 하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은 점프 직전, 안정성을 위해 속도를 줄인다. 반면, 김연아는 활주의 속도를 점프직전까지 유지해 탄력을 확보한다. “Look at the speed!(저 속도를 좀 보세요)” 김연아의 경기를 중계하는 외국 해설자들이 자주 내지르는 탄성. 이것은 김연아가 일반적인 선수들보다 경기 중 더 많은 칼로리를 소모한다는 뜻이다.
체육과학연구원(KISS) 최규정 전문체육연구실장은 “55kg인 여성이 피겨스케이팅을 할 때 분 당 칼로리 소모량은 약 8kcal가량”이라고 추정했다. 미국에서 연구한 스케이팅경주(분당 약 11kcal)와 아이스하키(분당 약 8kcal)의 사례를 참고한 것이다. 격렬하기로 소문난 핸드볼경기(분당 약 8Kcal)와 비슷한 수준이다.
장인권 외 2명이 작성한 논문 ‘피겨스케이팅의 운동 강도 추정’을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피겨스케이팅의 운동 강도는 최대산소섭취량을 기준으로 80%수준이다. A급 선수인 김연아는 80%이상이라고 볼 수 있다.
베이징올림픽에서 박태환(20·단국대)을 전담한 KISS 송홍선 박사는 “박태환의 자유형 200m 운동 강도가 최대산소섭취량 기준 90%에 가까운 수준”이라고 밝혔다. 김연아가 순간적으로 느끼는 체력적인 부하가 자유형 200m를 헤엄치는 박태환의 경우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김연아는 지난시즌까지 프리스케이팅 막판, 체력문제를 노출했었다. 고질적인 허리통증에 시달려 체력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결과였다.
시즌 당 김연아의 연기시간은 단, 35분(쇼트2분50초+프리4분10초 씩 5개 대회). 체력소진으로 막판 점프 한번을 실수한다면, 연평균 1500시간 이상의 고된 훈련시간이 무위로 돌아갈 수도 있다.
하지만 2008-2009시즌에는 무서운 뒷심을 선보이고 있다. 허리통증에서 벗어나 비시즌 동안 착실히 체력훈련을 소화한 덕이다. IB스포츠 관계자는 “김연아는 3시간의 링크 훈련 이외에도 하루평균 2시간30분의 체력훈련을 소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