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대한민국은김연아에미치는가]사회학적으로본‘연아신드롬’

입력 2009-03-2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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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적 시각으로 보건대 피겨스케이팅은 본질적으로 에로티시즘(아름다움, 美)을 함축하고 있다. 가냘프고, 예쁘고, 아름답고, 순수한 이미지를 주는 피겨선수들의 미기(美技)는 남성들의 성적 환상(fantasy)을 비주얼(visual)적으로 충족시켜 준다. 남성들이 잠재적으로 꿈꾸는 ‘로망’의 현실적 구현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남성적 관점에서 논하면 ‘김연아 신드롬’은 일정부분 걸 밴드 소녀시대나 원더걸스에 열광하는 심리구조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한편으로 김연아는 여성층에도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다. 역사적으로 권력관계에서 ‘여성은 남성에 밀렸다’는 의식을 갖고 있었는데 김연아는 ‘여성성’으로서 ‘기존 남성성’을 넘어선 존재란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민족적 관점에서 김연아 현상을 분석하자면 우리들은 김연아 이전까지 피겨의 에로티시즘을 서구의 전유물로 여겨왔다. 그러나 김연아와 일본세의 등장으로 동양적인 미(美)로도 세계에 어필할 수 있다는 일종의 자신감을 얻게 됐다. 비약하자면 파리 프레타포르테에 한국계 모델(장윤주)이 등장했을 때 가졌던 느낌과 비슷한 교집합을 갖는다. 장윤주든 박태환이든 김연아든 우리의 ‘주변부 콤플렉스’를 벗어나게 해줬다는 점이 요체다. 미학적 관점에서 김연아는 아름답다. 아름다움의 측면에서 김연아는 남성층엔 순수함의 팬터지를, 여성층엔 대리만족을 안겨준다. 아울러 김연아가 전하는 스토리텔링(커리어 패스)은 이전의 스포츠스타들과 다르다. 과거처럼 헝그리 정신의 극복, 고통의 인내가 아니라 김연아 스토리의 에센스는 아름다움과 재미에 있다. 김연아는 1등이 아니어도 시상대에서 웃는다. 난 언제든 1등을 할 수 있다는 여유와 ‘재미있으면 됐다’는 자족감이 있기에 가능한 태도다. 누구와 비교해서 행복한 게 아니라 스스로 만족을 느끼는 절대적 행복이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서 새로운 가치관의 아이콘을 읽는다. 이 맥락에서 개인적으로 김연아가 정상을 정복하기 위해 고통을 견디는 줄거리의 CF는 그녀의 진정한 가치를 담지 못했다는 인상을 갖는다. 김연아 신드롬은 이제 ‘한국도 살만한 사회가 됐다’는 반증이다.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 대한민국에서, 아름답고 즐겁게 자기실현을 추구하는 세대가 주류를 점하게 됐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김정운 명지대 여가경영학과 교수 정리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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