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미장일하시는아빠,사랑해요고마워요

입력 2009-04-0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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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아버지는 건축 공사에서 벽, 천장에 흙과 시멘트를 바르는 ‘미장일’을 하시는 분입니다. 건축 일에 종사하시다 보니, 가장 힘들어하시는 계절이 겨울입니다. 날씨가 추워 일이 진행되지 않고, 얼음이 얼어 안 되고, 해가 빨리 지니 힘드실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저희 가족들은 겨울만 되면 근검절약 하려고 노력하는데, 잘 되는 것 같지 않습니다. 제 나이 스물셋, 그리고 제 동생이 열여덟 이렇게 둘이 사는데 잘 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부모님은 일찍 이혼하셔서 어머니는 안 계십니다. 어쨌든 매일 저희 가족은 내일이면 좀 나아지겠지, 다음주면 더 나아지겠지, 다음달이면 더 좋아지겠지 그러면서 힘내자고 열심히 살자고 얘기 합니다. 아버지는 지금 서울 어딘가에 계십니다. 어디냐고 여쭤보면 그냥 ‘서울 끝’이라고만 말씀해주십니다. 그나마 날이 이젠 풀린 덕에 일이 좀 있으십니다. 서울까지 가신 건 경기가 안 좋아 지방에선 아파트를 안 지으니까 서울에서 일하고 계십니다. 딸인 전 간호조무사로 일합니다. 대학교 간호과에 다니고 있었지만, 등록금이며 기타 사정을 고려해 휴학 후 조무사 자격증을 따서 돈을 벌고 있습니다. 동생은 열심히 공부해서 꼭 대학을 가겠다고 합니다. 제가 어느 날 앉혀놓고 동생에게 공부해서 대학을 가든지, 기술을 배워 돈을 벌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습니다. 아버지도 나도 이렇게 고생하고 있으니 허투루 살면 안 된다 했더니 새벽부터 일찍 학교에 갑니다. 남동생은 경찰이나 군인이 되려고 대학도 그쪽으로 준비합니다. 그렇게 제 가족은 사랑으로 웃으면 지냈습니다. 보고 싶으면 영상통화도 하고 격려도 합니다. 그런데 최근 아버지 아프신 곳이 하나하나 늘어나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아버지는 건강검진 받고 혈압이 높다는 걸 아셨습니다. 혈압약도 드시고, 허리가 아파 병원 가고, 다리가 안 좋아 병원 가고, 그러다 지친 몸으로 잠드시고 그런답니다. 병원에선 식사조절을 잘 해야 된다고 했다는데, 아버지는 지금 찜찔방에서 지내고 계십니다. 혼자 생활하시니 식사를 잘 챙겨 드시지 못 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특별히 해 드릴 수 있는 것도 없고, 때론 아버지께 짐만 되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듭니다. 아버지께 힘내자고 지치지 말고, 속상해 말고, 짜증내지 말고, 웃으면서 서로 믿고 지내자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아버지가 선장이 돼서 키를 잡으시면 저희 둘은 아버지를 그냥 따라갈 겁니다. 전 아빠가 정말 좋고, 다음 생에 태어나도 꼭 아빠의 딸로 태어날 겁니다. 무뚝뚝한 딸이라 사랑한다는 표현을 잘 못했는데, 많이 사랑한다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알라뷰! 대디!” 경북 포항 |이선미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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