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언니네 부부와 저의 사랑스런 두 조카가 왔습니다. 제게는 조카가 총 4명이 있는데, 언니네가 전라도에 있어 조카들을 자주 못 봐서 그런 건지, 아니면 첫 조카라 그런 건지 이상하게 언니네 애들한테 더 마음이 쓰이고 더 애틋합니다. 드디어 우리 조카들. 열 살짜리 큰조카와 아홉 살짜리 작은 조카, 그리고 언니와 형부가 왔습니다. 그런데 조카가 둘 다 사내아이라 그런가, 처음 봤을 땐 너무 반갑고 좋았는데, 몇 시간 있다 보니 소파에서 뛰고 구르고, 여섯 살 된 우리 큰애랑 안방 침대에서 통통 뛰다 떨어져서 질질 짜고. 그리고 저희 집 막내가 이제 9개월 됐는데, 그 애를 업겠다고 난리쳐서 진땀빼고. 정말 우리 언니가 왜 만날 목이 쉬어있는지 충분히 이해가 되더라고요. 어쨌든 이 녀석들 한참을 그렇게 들고 뛰고 놀더니 배가 고팠는지 작은조카가 냉장고 문을 열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민수야, 배고파? 이모가 뭐 맛있는 거 해 줄까? 뭐 해줄까?” 이러자 작은조카가 큰조카를 보며 “어? 이모가 해주면 규칙 위반인데.” 이러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이게 뭔 소린가 했더니 저희 언니가 깔깔깔 웃으면서 “어∼ 그런 게 있어∼ 자기들끼리 월급 주고받으면서 만든 규칙이 있어” 이러면서 더 알쏭달쏭한 말을 하더라고요. 저희 언니네는 맞벌이를 하는데, 가끔 퇴근이 늦어지면 애들이 배고프다고 전화를 한다더군요. 그런데 큰애가 일부러 동생은 안 주고 자기만 혼자 챙겨 먹었다는 겁니다. 비빔밥 같은 것도 아주 맵게 해서 동생은 못 먹게 만들고 그랬던 모양이에요. 그때마다 작은 애는 울면서 전화하고, 그게 속상해서 저희 언니가 큰애 한 달 용돈을 1000원 더 인상시키며 작은애를 잘 보살펴달라고 했다네요. 그런데 작은 애가 그걸 보더니, 자기 용돈에서 1000원을 자기 형한테 주면서 “형, 이거 내가 주는 월급이다. 내가 월급 줬으니까 맛있는 거 많이 해 줘라” 이랬다는 겁니다. 그 후로 동생이 주는 1000원에, 부모님이 올려준 1000원까지. 수입이 짭짤해진 큰애가 군소리 없이 동생을 잘 챙기게 됐다더군요. 이번에 와서도 동생이 배고프다고 하니까 간장에 참기름까지 솔솔 뿌려 밥도 비벼주고, 규칙대로 동생을 아주 잘 챙기더라고요. 부모가 맞벌이를 해서 생긴 일이니까 어떻게 보면 슬픈 일이지만, 그래도 자기들끼리 규칙도 만들고 어려운 상황을 슬기롭게 해결해 나가는 거 보니 참 보기 좋더라고요. 언니는 자기가 맞벌이해서 애들을 잘 못 챙기는 것 같아 미안하다고 하지만, 제가 보기에 우리 조카들 이 정도면 아주 기특한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나요? 우리 조카들 앞으로도 이렇게 귀엽게, 그리고 건강하게, 어려운 일 척척 해나가면서 잘∼ 커줬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조카들 너무 귀여워요∼ 서울시 영등포구|김은경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