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림트명화여행]요리연구가겸공연감독변숙희가본‘털목도리를한여인’

입력 2009-04-29 21: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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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목도리를 한 여인, 1897, 1898년, 36Ⅹ19.7cm, 개인소장 : 세인트 에띠엔느 갤러리, 뉴욕

너의섬에닻을내리고싶어…눈빛으로전하는사랑의갈구
클림트전은 아주 멋진 파티에 초대된 사람마냥 가기 전부터 몹시 설렌 전시였다. 클림트의 초기, 중기, 말년의 작품까지 모든 작품을 서서히 따라가다 보면, 마치 멋진 요리를 다양하게 정성껏 대접받는 느낌이 든다. 그의 작품들을 요리로 비유하자면 격식을 갖춘 유럽 식당의 정찬이라기보다 유럽의 부티크 레스토랑을 찾은 느낌이다. 부티크 레스토랑은 요리사와 고객의 교감이 우선이다. 고객이 정해진 메뉴 중 하나를 고르면 셰프는 자신의 레시피에 따라 음식을 만들기보다는 개인의 세심한 요구까지 배려한다. 손님과 이야기하고 손님의 관심에 먼저 초점을 맞춘다. 클림트의 작품들은 부티크 레스토랑의 여성고객을 겨냥한 섬세하고 감성적인 풀코스 요리였다. 게다가 드로잉 작품들은 전채요리와 같다. 전채요리는 음식에서 가장 먼저 메인이 나오기 전 입맛을 돋우어 주고 혀를 부드럽게 만들어 준다. 내가 꼽은 클림트의 메인 코스는 ‘유디트Ⅰ’이나 ‘베토벤 프리즈’와 같은 그의 대표작보다 ‘털목도리를 한 여인’이었다. 이 메인 코스의 진수는 이 여인의 시선이다. 그림을 보면 자신을 그리는 작가를 완전히 믿는 듯한 시선을 보인다. 사랑을 갈구하는 것 같은 눈빛을 보며 나도 같은 여자로서 클림트의 여성 편력보다 클림트의 해결할 수 없던, 사랑을 향한 갈증에 대해 연민이 느껴졌다. 클림트의 그림은 레시피에 따라 대충 대충 만들어 여러 명에게 공급하는 일반적인 맛이 아니었다. 오랜 시간 연구하고 시행착오를 겪은 뒤 찾아낸 소중한 재료들을 모아, 오래 끓여 우려낸 진국의 육수를 바탕으로 만든 진한 소스의 맛이다. 그렇게 만든 그의 요리에는 야릇한 당당함이 있다. 그는 그림을 통해 순종적이며 다소곳한 그 시대의 전형적인 여성상보다 조금씩 다른 여성의 눈빛 속에 당당함을 그려냈다. 그런 과정에서 클림트 자신의 콤플렉스도 극복한 게 아닐까? 마치 음식에서 맛의 극대화를 위해 눈을 즐겁게 해주면서 메인과도 어울리는 가니쉬(garnish)를 얹어 요리를 완성시키듯 여자들의 당당함을 완성했다. 게다가 말년에 그는 자연을 그리기 시작했고, 이 풍경화들은 디저트가 되어 그의 작품과 그의 삶을 아름답고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전채요리부터 메인, 그리고 디저트까지 완벽하게 서빙한 클림트는 당대 최고의 예술가이자 요리사였음이 틀림없다. 변숙희는? 이탈리아 로마에서 ‘르 꼬르동 블루’ 기초과정을 이수했고, ‘ROMA P.D.F’요리 학교에서 한국인 최초로 시험에 패스해 졸업했다. 최고 예술 요리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조교 과정을 역임했다. 이탈리아와 한국에서 다수의 요리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뮤지컬 ‘루나틱2 페이스오프’, ‘안네프랑크’의 의상감독으로 일했고,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비주얼 슈퍼바이저, 뮤지컬 ‘테너를 빌려줘’, ‘여보 고마워’ 총감독, ‘상트페테르부르크심포니오케스트라’ 내한공연, ‘크로스오버테너 임태경 순애보 나눔 콘서트’ 총감독으로 일했다. ▶그동안 ‘클림트 명화 여행’을 함께 해주신 독자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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