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Gee∼’흥얼…멋쟁이시어머니건강하세요

입력 2009-05-04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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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익산시|오현수
얼마 전 저희 시어머니와 나란히 앉아 파마를 했습니다. 미용실에 다녀왔냐고요? 아닙니다. 시내에 미용용품 파는 전문점에서 파마 약을 사다가 서로 말아주고, 중화시켜주고 해서 같이 머리했어요. 저희 어머니가 솜씨가 좋으셔서 집에서도 얼마나 예쁘게 머리를 잘 말아주시나 몰라요. 그런데 어머니도 저도 머리숱이 없어 고민이 많거든요. 머리하던 날도 소파에 나란히 앉아 주전부리 씹어가며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었는데 저희 어머니께서 그러시더라고요. “근디, 늬는 젊은 아가 머리숱이 어째 내만큼이나 없냐. 그렇게 머리속이 훤히 비어서 낸중에 쓰겄냐∼” 그러시더니 갑자기 한숨을 훅∼ 내쉬시는 겁니다. “야 며늘아. 인자 나는 뭔 재미로 사냐?” 그래서 제가 무슨 말씀이시냐고 물으니까 “아니 인자, 사 에프를 못 보자녀. 사 에프”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무슨 소린가 했더니,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 나왔던 ‘에프 포(F4)’를 말씀하신 거더라고요. ‘에프 포’라는 말이 TV에 자주 나올 때도 ‘에프 사’라고 하셨는데, 이제는 그나마도 헷갈리셔서 ‘사 에프’라고 하신 겁니다. 저희 시어머니는 올해 일흔 둘 되셨는데, 아주 젊게 사시는 분이거든요. 항상 옷도 스팽글이나 비즈가 붙어있는 반짝반짝 빛나는 화려한 옷을 입으시고요. 루즈도 항상 빨간색으로 바르시고 다니세요. 뿐만 아니라 봄철엔 자외선을 특히 조심해야 된다면서, 젊은 애들이나 끼고 다닐 법한 알이 큰 선글라스도 외출 때 꼭 끼고 나가십니다. 거기다 노래도 최신식으로 들으시는데요, “야야, 거 완다우먼의 거 뭐이냐∼∼∼ 지지지지∼ 그거 좋더라. 거 좀 틀어봐라∼” 하시더군요. 일단 ‘완다우먼’이라고 하면 ‘원더 걸스’를 말씀하시는 거고요. ‘지지지’는 소녀시대의 ‘지지지’를 말씀하시는 거지요. 비록 이렇게 알고 계신 최신정보가 뒤죽박죽으로 섞이는 불상사가 종종 일어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대단하신 거 아닌가요? 저희 초등학교 5학년 딸하고 ‘지지지’ 노래 같이 부르시는 거 보면 웃음도 나지만, 존경스럽기도 합니다. 전 그런 노래 부를 줄도 모르거든요. 항상 젊은이들 입장에서 생각해 주시기 때문에 며느리인 제 마음도 잘 맞춰주시고, 대화도 잘 통합니다. 그래서 저는 어머니의 며느리가 된 게 참 행복해요. 저희 시어머니만큼 이렇게 멋진 분 또 있을까요? 저희 어머님처럼 항상 젊고 즐겁게, 그리고 건강하게 살고 싶어요. 어머님과 오래도록 오순도순 재미나게 사는 게 제 꿈이자 행복이랍니다∼.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매일 오전 09:05-11:00 수도권 주파수 FM 106.1MHz www.kbs.co.kr/radio/happyfm/hel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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