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우리인삼밭에붙을라…봄산불에화들짝

입력 2009-04-29 21: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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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시골에서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하루는 씨앗 파종하느라 한창 일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디선가 ‘앵∼’하는 소방차 사이렌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시어머니께 “어머님, 어디서 불났나 봐요”하니까 어머님도 “그러게 봄철엔 더 조심을 해야 하는데, 대체 어디서 불이 났다니?”하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남편이 비닐하우스로 후다닥 뛰어와서 “엄마! 엄마! 우리 인삼밭… 우리 인삼밭 쪽에 불났어요”라면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겁니다. 저와 어머님은 깜짝 놀라 남편이 가는 쪽을 봤습니다. 세상에나 우리 인삼밭 앞에 커다란 산이 있는데, 거기서 자욱하게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는 겁니다. 그 산 바로 앞에 우리 인삼밭이 있었거든요. 그 인삼밭에는 자그마치 6년이나 된 인삼이 묻혀있었습니다. 아버님이 다음 달에 캔다면서 애지중지 하고 계셨거든요. 저와 어머님은 파종하던 걸 다 던져버리고 무조건 인삼밭으로 달렸습니다. 이미 소방차들과 구급차들이 도착해 있었고, 하늘에선 산림청에서 나온 헬리콥터가 물을 뿌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소방차들은 길이 너무 좁아서 산에 올라가지 못하고 아주 애를 먹고 있었지요. 저는 속으로 ‘불길아, 불길아, 더 이상 내려오지 마라. 제발 더 이상 내려오지 마라’하면서 속으로 얼마나 빌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불길은 수그러들 줄 몰랐고 눈앞에서 더 무섭게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불길이 더 거세지자 산림청 헬리콥터가 두 대가 동원됐고, 소방관들과 함께 군부대에서 군인들도 나와 불길 잡는 걸 도왔습니다. 동네 어르신들도 서로 서로 도와가며 작은 불씨를 잡기 시작했지요. 다행히 불이 난지 6시간 만에 겨우 불을 끌 수 있었습니다. 천만다행인 것은 인삼밭도 무사했고요. 마을 사람들한테도 큰 피해가 생기지 않았지요. 어쨌든 그렇게 산불을 진화한 후 원인을 조사했는데, 세상에 그 산에 사시는 산지기 할아버지가 혼자서 쓰레기 태우시다가 그 불똥이 튀는 바람에 산불이 된 거라고 하더군요. 어머님께서 그 얘기를 들으시더니 “봄 불은 여우불이다. 봄에는 나뭇잎이 건조해서 그 속에 있는 불이 잘 안 보이거든. 그렇게 여우처럼 간사하게 숨어 있다가 갑자기 커지는 게 바로 봄 불이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정말 봄철엔 작은 불도 크게 될 수 있으니 각별히 주의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대전광역시 | 이정희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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