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시집간딸‘반찬뒷바라지’…엄마!고마워요

입력 2009-04-28 20:5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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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맞벌이를 합니다. 일을 다니다보니 집에서 김치를 담가먹는다는 게 아주 큰일처럼 느껴지더군요. 그래서 종종 친정엄마의 도움을 받곤 하는데, 한번은 고들빼기가 먹고 싶어서 고들빼기김치 담그기를 시도해 봤습니다. 예전 신혼 때도 시험 삼아 고들빼기 한 단 사다가 담가먹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럴싸하게 담가져서 남편도 제법이라고 사먹는 것보다 낫다고 했었거든요. 전에 담그던 기억을 되살려 쓴 물을 빼기 위해 2박 3일 소금물에 담가놓고 쓴물을 뺐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고들빼기를 쓴맛으로 먹는다지만 전 너무 쓰면 약 같아서 못 먹겠더라고요. 그래서 제 딴에는 좀 넉넉히 담가 쓴물을 뺀 건데, 나중에 보니까 쓴맛이 좀 덜 빠진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직장생활하면서 계속 신경 쓸 수도 없고, 시간도 없고 해서 그냥 김치를 담가버렸습니다. 나중에 저녁 때 와서 먹어 본 남편은 너무 써서 못 먹겠다고 다시는 꺼내지 말라고 하는 겁니다. 사실 제 입맛에도 좀 쓰다싶었는데, 남편이 그렇게까지 얘기하니까 정말 다시는 못 꺼내 먹겠더라고요. 전 할 수 없이 그 고들빼기김치를 옆집에 줬습니다. 인심 쓰듯 주고 나니 저희 먹을 게 없더군요. 염치 불구하고 정말 어쩔 수 없이 친정엄마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엄마, 요즘 바빠요? 사실 내가 고들빼기김치를 담가봤는데, 너무 써서 못 먹겠더라고, 혹시 엄마 좀 담가주면 안 될까? 사실 이 세상에 엄마 고들빼기김치처럼 맛있는 것도 없잖아” 하니까 알겠다면서 바로 장봐서 담가주겠다고 하시더군요. 그리고 며칠 후. 경비실에서 택배 왔다고 빨리 찾아가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경비실의 아저씨가 잔뜩 짜증난 목소리로 “아니 무슨 택배기에 이렇게 냄새가 지독해요?” 하고 화를 내시더군요. 저는 너무 죄송해서 쏜살같이 경비실로 내려가 택배를 들고 왔는데, 열어봤더니 상자 안에 고들빼기, 파김치, 열무김치, 홍어까지. 엄마가 참 많이도 보내주셨더라고요. 그 지독하다던 냄새는 바로 홍어냄새였습니다. 운반되는 과정에서 약간 삭았는지, 포장을 뜯자마자 홍어 특유의 지독한 냄새가 온 집안을 뒤덮더군요. 저는 엄마한테 잘 받았다고 전화를 드리고, 그날 푸짐하게 저녁상을 차렸습니다. 시집가서도 엄마한테 손 벌려 이렇게 김치며 반찬을 얻어먹으니 너무 죄송하네요. “엄마! 엄마가 보내주신 김치랑 홍어랑 반찬들, 너무 맛있게 잘 먹고 있어요. 다 먹으면 그 때는 제가 한번 내려갈게요. 엄마 정말 정말 감사해요.” 경기도 구리시|유정임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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