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도꽃박람회]바다와꽃밭…‘1억송이’로핀태안의기적

입력 2009-05-13 14: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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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안면도국제꽃박람회’를 찾으면 꽃과 바다의 향기에 맘껏 취할 수 있다. 실물의 1/2 사이즈로 만든 숭례문 토피어리(왼쪽)는 국보 1호의 부활에 대한 염원을 담고 있다.

꽃향기가 바람을 타고 코를 간질인다.

기분 좋은 설렘이 온 몸을 휘감는다. 마치 갓 사랑에 빠진 연인이 서로의 체취를 느낄 때 빨라지는 심박수처럼 전율케 한다.

충남 태안군 안면도에서 20일까지 열리는 ‘2009 안면도국제꽃박람회’로 가면 꽃향기에 취하고, 추억에 또 한번 취하기 위해 찾아오는 인파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자동차와 관광버스 행렬은 홍성 IC부터 행사장인 꽃지와 수목원 일원까지 길게 이어진다. 매표소의 상황도 마찬가지. 하지만 인내심을 갖고 행사장 안으로 들어서면 꽃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지지 않을 수 없다.

북적거리는 사람들을 피해 전망대로 먼저 올라갔다. 꽃과 바다, 그리고 그 안을 채운 사람들이 조화롭게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을 만든다.

행사장의 라인을 만들어주는 바다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2007년 12월 서해안 기름유출사고로 만신창이 된 바다가 1년 5개월여 만에 깨끗한 자연으로 공개돼서다. 피해 지역이 100% 원상복구 된 게 아니고, 아직도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처럼 회복된 지역이 있다는 것은 희망이 살아 있음을 짐작케 한다.

아이의 손을 잡고 전망대 계단을 올라 온 한 엄마는 “참 경치가 좋다. 아이가 좋아 한다”며 기뻐한다.

아름다운 꽃의 물결 속에서도 단연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꽃으로 만든 ‘숭례문 토피어리’. 실물의 1/2 사이즈에 팬지, 루피너스 등 5가지 꽃, 6만여 송이로 재탄생한 숭례문 토피어리는 어서 빨리 국보 1호가 아름다운 예전 모습으로 다시 살아나라는 염원을 담고 있는 듯 했다.

행사장 가운데 자리한 숭례문 토피어리 앞에서는 연신 카메라 플래시가 터진다. 이들의 모습은 바로 국민의 마음을 설명한다.

79만3000㎡ 규모의 행사장에는 7개의 실내 전시관, 15개의 야외 테마공원이 자리하고, 약 1억 송이의 꽃이 멋진 풍광을 만든다. 엄청난 규모다.

하지만 중고교 시절 시험을 보듯이 모든 것을 다 볼 필요는 없다. 실내 전시관 보다는 야외 테마 공원을 위주로 둘러보는 게 좋다.

바닷길 정원, 조롱박 터널, 동화 이야기 속으로 등이 볼 만하다. 바닷길 정원은 충청남도 16개 시·도를 상징하는 꽃배 16척을 연못에 띄웠고, 조롱박 터널은 13종의 다양한 모양과 색깔을 가진 조롱박을 70m 길이로 조성한 터널을 걸으며 관람할 수 있다. ‘선녀와 나무꾼’ 등 동화 속 이야기를 조형물로 연출한 꽃밭 ‘동화 이야기 속으로’도 발길이 많이 모이는 곳.

바닷길 정원 위쪽으로는 유채꽃이 절경을 이룬다. 연인, 가족들이 서로서로 손을 잡고 샛 노란색 유채 물결에 ‘풍덩’ 빠진다.

동선을 실내로 옮겨 주제관인 ‘플라워 심포니관’으로 들어오면 120만 자원봉사자의 손을 형상화한 지름 3m, 높이 4.5m 크기의 ‘기적의 손’을 비롯 100만 송이 꽃터널, 불에 타야 꽃을 피우는 나무 ‘그래스 트리’, 춤추는 식물 ‘무초’ 등을 볼 수 있다.

단 주말은 말할 것도 없고,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는 실내 전시관에 들어가지 않는 게 좋다. 줄이 엄청 길고, 들어가도 동선을 따라 움직이는 인파가 워낙 많아 컨베이어 벨트처럼 훑어 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반드시 유의할 것. 안면도국제꽃박람회조직위원회 홍보팀 이정철 차장은 “할아버지, 할머니 등 관광버스를 타고 온 단체 손님들이 오전 10시부터 들어와 많이 붐빈다. 오후 4시 이후 보면 괜찮다”고 말한다.

안면도 휴양림.


꽃구경 왔다 사람에 치여 불편했다면 차를 몰고 인근에 위치한 안면도 자연휴양림에 들러보자. 국내 유일의 소나무 천연림으로 수령 100년 내외 소나무가 430ha 면적에 울창하게 자라있다.

소나무를 따라 난 3.5km의 산책로를 걷다보면 피톤치드가 선물하는 산림욕이 그저 상쾌하기만 하다. 도시에 사는 사람은 자연과 하나 되는 순간을 맛볼 수 있다.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내려가면 통나무 펜션 ‘숲속의 집’이 있는 데 예약하고 하루를 보낼 수도 있다.

자연 속 통나무 주택에서 하룻밤이라.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안면도 자연휴양림은 원래 입장료를 받는 데 꽃박람회 기간에는 무료다. 꽃박람회에 몰려든 인파에 스트레스를 받았다면 이 곳은 여유로운 휴식을 취하기에 제격이다.

안면도에는 또 하나 근사한 공간이 숨어 있다. 창기리에 위치한 관광농원 ‘나문재’다. 손예진 지진희 주연 드라마 ‘스포트라이트’에서 극중 명성일보 사주의 골프장이 있는 고급 별장으로 등장한 바로 그 장소.

한 번 온 사람은 이 곳의 꼭 다시 찾을 정도로 경치가 그만이다.

주인 내외가 은퇴 후 정착하려고 2003년 조성한 이 곳은 유럽과 남미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이국적인 느낌이 매력이다. 꽃으로 가득한 정원 내 청동으로 만든 쉼터 조형물, 어린 아이를 내세운 분수가 특히 예쁘다.

아보카도 레스토랑에서 다양한 스타일의 돈가스를 먹은 뒤 후식으로 나오는 커피를 들고 야외로 나와 햇살을 받고 있노라면 천국이 따로 없다.

안면도(충남) | 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여행 정보

안면도국제꽃박람회장
▲입장요금=성인 1만5000원, 청소년 1만1000원, 어린이 8000원, 서해안 자원봉사자 8000원. 예매 시 1000~3000원 가량 싸다.
▲개장 시간=오전 9시~오후 7시, 토요일은 오후 10시까지 야간 개장
▲찾아가려면=서해안고속도로 홍성IC로 나오면 이정표가 나온다. www.floritopia.or.kr.

안면도 자연휴양림
▲입장요금=성인 1000원, 주차료 3000원
▲개장 시간=오전 9시~오후 6시
▲찾아가려면=국제꽃박람회장 인근에 위치, 꽃지로 가다보면 이정표 나온다. 041-674-5019

나문재
▲레스토랑과 펜션 이용 고객만 입장 가능
▲이용 요금=식사 1만원대, 펜션 10만원부터
▲찾아가려면=꽃박람회장에서 나와 태안 방면으로 오다 황도 방향, www.namoonjae.co.kr 041-672-7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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