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배드민턴광남편이셔틀콕부상

입력 2009-05-21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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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쌤통이네요
저희 남편은 낭만이라고는 찾아 볼래야 찾아 볼 수 없는 남자입니다.

지난 5월 초, 근로자의 날부터 어린이날까지 놀 수 있었던 그 황금 같은 연휴에 혹시나 어디 좀 멀리 나가볼 수 있을까 하고 남편에게 애교를 부려봤죠. “여보! 우리 이번 연휴에 대부도로 바람 쐬러 가자. 나랑 우리 애들이랑 코에 바람 좀 넣어주면 안 돼?” 하고 아양을 떨어봤는데 저희 남편, 씨알도 안 먹힌다는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대부도는 무슨 대부도야? 난 차 밀리고 복잡한 곳은 가기 싫어. 차라리 나랑 체육관 가자. 거기서 배드민턴 치면 살도 빠지고 좋잖아?” 이러더군요.

남편은 배드민턴을 너무나 좋아합니다.

저희 부부가 결혼한 지 19년이 지났는데, 아직 여행다운 여행을 못 해봤어요. 주말마다 저희 남편이 배드민턴 치러 나가거든요. 배드민턴 동호회에 ‘회장’이라 온종일 동호회 회원관리에만 신경 쓰고 있습니다.

집과 저와 아이들은 그야말로 완전히 뒷전입니다.

그런데 지난 5월 초 가족들과 함께 대부도 가자고 해도 혼자 배드민턴 치러 나간 바로 그 날! 남편에게 일이 터졌습니다.

아침 일찍 나간 남편이 얼마 안 돼서 금방 집으로 들어왔는데, 왜 벌써 들어왔냐고 해도 대꾸가 없더라고요.

한참 후 화장실에서 나왔는데, 눈 주위가 시커멓게 멍이 든 겁니다. 어떻게 된 거냐니까, 배드민턴 치다가 셔틀콕에 맞았다고 하더군요. 그걸 보니 어찌나 쌤통이던지…

저는 일부러 “에구 불쌍타∼ 그러게 내 말대로 애들이랑 대부도에서 회나 먹고 오지∼ 기어코 나가더니 아주 꼴좋다∼ 그래서 옛말에, 마누라 말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나온다고 한 거야”하고 놀렸더니, 남편이 당장 소고기나 사오라고 하더군요. 멍든 곳에 소고기 부치면 금방 낫는다면서요.

그 다음 날. 남편이 출근 준비를 하면서 멍든 자국 좀, 화장으로 가려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BB크림 바르고 안경까지 써 봤는데 붓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표가 났습니다.

가끔 회사 동료들이 마누라한테 맞고 다니지 말라고 우스갯소리를 한다고 했는데, 정말 맞았냐고 물어볼까 걱정될 정도였습니다.

왜냐면 제가 남편보다 훨씬 덩치가 좋거든요.

어쨌든 남편한테 그런 일이 있고 난 후 얼마 전에 남편 배드민턴 치는데 한번 따라가 봤습니다. 남편이 그 멍든 눈으로 계속 배드민턴 치러 다니는데, 도대체 뭐가 그렇게 재밌나 궁금했거든요. 옆에서 보니까 재밌긴 재밌더라고요. 그래서 다음 주부터 남편하고 같이 배드민턴 치러 다니기로 했답니다. 그걸로 제 살도 좀 빼고 말이죠. 이러다 남편보다 제가 더 깊게 배드민턴에 빠지는 거 아닌 가 모르겠습니다.

경기도 수원시|신정희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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