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때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갈 때는 어깨도 무겁고, 몸도 지치고, 기운이 쏙 빠져서 들어갑니다. 하지만 막상 집에 들어가면 갑자기 활기를 느끼고 에너지가 넘치지요. 이유는 바로 우리 아이들. 고 3인 큰딸, 고 1인 작은 딸, 그리고 초등학교 5학년인 늦둥이 아들 때문입니다.

요즘은 웬만하면 애들을 하나, 둘만 낳으니까, 애들이 셋만 되도 많은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아이가 세 명이라 그러면, 혼자서 어떻게 다 키우냐고 놀라워하지요. 하지만 아이가 셋이라서 느낄 수 있는 쏠쏠한 재미들이 있답니다.

저는 약 6년 전 남편과 여러 가지 문제로 이혼을 결심하게 됐습니다. 그 당시 큰애가 초등학교 6학년, 둘째가 4학년, 막내가 여섯 살이었는데 갑작스런 부모의 이혼, 이사, 어쩌면 혼란스러울 수도 있는 그 일을 우리 세 아이들은 의젓하게 잘 받아들이더군요. 그리고 서로 서로 의지가 되어 나름대로 규칙도 정하고, 어려운 일도 척척 해나갔습니다.

저희 집 현관문엔 둘째가 막내를 위해 써 놓은 메모가 있는데 내용이 바로 이렇습니다.

<1. 택배 왔다고 무작정 열어주지 않기. 의심나면 ‘잠시만 기다리세요. 어른들께 물어 볼게요’하고 반드시 확인하기. 2. 보일러 검사는 절대 나오는 법이 없으니 무조건 열어주지 않기> 저희 둘째가 TV를 보다가 택배기사를 사칭하거나 보일러 점검원을 사칭한 범죄가 나오니까, 그걸 보자마자 바로 적어서 붙여놓더라고요. 아무래도 막내 혼자 집에 있을 때가 많으니 불안했나 봅니다.

그리고 그 밑에 또 하나의 메모가 있는데, 제목이 ‘남자가 커서 하지 말아야할 것’입니다.

<1. 담배를 절대 피우지 않는다. 2 술은 조금만 마신다. 3 여자는 절대 때려서는 안 된다> 이것 역시 드라마나 텔레비전 방송을 보고 막내한테 꼭 필요하다 생각돼서 적어놓은 것 같더라고요.

누나들이 동생 교육 하나는 아주 잘∼ 시키고 있습니다. 평소 말이 없고 속이 깊은 큰애도 어느 날 제게 그러더라고요.

“엄마, 나중에 막내 대학교 등록금은 내가 낼게요. 공부 열심히 해서 대학교 졸업하면, 꼭 좋은 회사 취직해서 막내 대학은 내가 보내줄 거야”이러는데 설령 그 말이 나중에 거짓이 된다고 하더라도, 그 말을 듣는 순간엔 얼마나 뿌듯하고 고맙던지… 평소 투닥투닥 잘도 싸우더니 그래도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동기간의 정이 아주 진합니다.

어릴 땐 세 녀석 손잡고 시내 나갈 때, 너무 많아서 정신도 없고, 조금 창피할 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이 세 명 중에 한 명만 빠져도 괜히 허전하고 외롭답니다. 경제적으로 넉넉하게 사는 건 아니지만, 저는 아이들 때문에 사는 재미를 느낍니다.대전광역시 | 양지선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