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차리는사람들]씨네2000이춘연대표

입력 2009-06-05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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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의 맏형’으로 불리는 씨네2000 이춘연 대표는 그 특유의 달변 만큼이나 의미있는 영화를 제작해왔다. 그의 19번째 영화 ‘여고괴담5:동반자살’은 ‘한국 공포영화의 명품’으로 불려온 ‘여고괴담’ 시리즈의 10주년 기념작이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여고괴담10편까지는만들어야죠”영화사15년동고동락‘최장수시리즈’
“그 순간엔 당연히 좀 섭섭하지요.”

한국영화의 대표적인 시리즈인 ‘여고괴담’을 탄생시킨 주인공.

영화사 씨네2000을 이끄는 이춘연(57) 대표는 10년 동안 5편까지 이어진 최장수 시리즈물을 통해 많은 여배우들을 발굴했다. 그를 두고 충무로 영화계에서는 종종 ‘톱 여배우 캐스팅 걱정은 없겠다’고 말한다.

1편의 최강희와 박진희를 비롯해 김민선, 공효진, 박한별, 조안, 차예련 그리고 김옥빈까지…. 지금은 그들 모두 아주 귀한 몸이 되었지만 숨겨진 옥석의 가치를 ‘알아봐준’ 공로를 저버릴 수 있으랴.

그래서 그를 두고 일부에서는 방송사 공채 탤런트처럼 뽑아놓고 일정 기간 전속 계약이라도 묶어뒀더라면 “아마 떼돈을 벌었을 것”이라고 농담 삼아 이야기할 정도다. 이춘연 대표는 그러나 “영화에 꼭 필요한 인재들이라 쓴 것일 뿐”이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키운다’ ‘키웠다’, 전 이 말을 제일 싫어해요. 영화 출연 제안에 대해 거절할 수 있는 것은 배우들 고유의 권한이지 않습니까. 물론, 그들이 고사했을 때 그 순간은 조금 섭섭하기도 하지만….”

영화사를 차린 지 올해로 15년째. 창립 작품인 ‘손톱’을 시작으로 ‘미술관 옆 동물원’, ‘인터뷰’, ‘여고괴담’ 시리즈까지 의미 있는 영화들을 선보이며 이 대표는 충무로의 터줏대감으로 자리잡았다. 그런데 그의 사무실은 지금 서울 강남 언저리에 있다.

“마음은 충무로에 있지요. 왜 사무실을 옮겼냐고요? 가슴 아픈 이야기인데 돈이 없어서 나왔어요, 쩝.”

그는 영화가 “투기사업”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특유의 달변으로 “이를테면 영화는 10번 쳐서 2∼3번 먹는 고스톱 같은 것”이라고 했다. 그래도 한 번 이기면 들어오는 돈이 크지 않은가. 하기야 그가 “속된 말로 ‘먹튀’(먹고 튀는)는 아니기에” 충무로의 기둥이라 불리는 게 아닐까.

18일 개봉하는 영화 ‘여고괴담5’로 화제를 돌려보자. 제작 전 실시한 공개 오디션은 영화의 명성을 증명하듯 무려 5000대1의 경쟁률을 자랑해 화제가 됐다. “출연하면 뜨는데” 과연 캐스팅의 주요한 열쇠를 쥔 그에게 ‘민원’은 없었을까.

“아유, 왜 없어요. 도저히 거절할 수 없는 부탁이 때마다 120명 정도는 됐고, 이번에도 그랬지요. 그럼에도 공평무사의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는 것은 ‘여고괴담’이 10년째 5편까지 이어진 원동력이라고 봐야겠지요.” 이 대표는 10주년을 맞이한 ‘여고괴담’ 시리즈를 “10편까지 완성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기록의 문제를 떠나 ‘여고괴담’은 사실 국내 영화계에서 차지해온 나름의 역할과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왜 남고생들은 박대하냐”고 농담을 던졌더니 그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그 생각 안 해봤겠어요? 그래서 ‘돌려차기’라는 영화 만들었죠. 잘되면 (남고생 시리즈) 하려고 했는데…, 그건 안 되더라고, 허허.”

허민녕 기자 justi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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