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가해냈다…1000만!비결3가지

입력 2009-08-22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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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발 쓰나미’의 흥행세는 23일 결국 1000만 관객 돌파로 한국영화사를 다시 쓴다. ‘해운대’의 한 장면. 스포츠동아DB

3년 만의 쾌거. 영화 ‘해운대’가 ‘괴물’에 이어 3년 만에 ‘꿈의 1000만 클럽’에 가입한다.

‘해운대’는 개봉 한 달여 만인 23일 1000만 관객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괴물’ 이후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던 국내 영화계는 이로써 ‘바닥 탈출’이란 가시적인 성과를 거둠과 아울러 올해 초부터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였던 ‘르네상스 2기’의 도래를 알리게 됐다. 개봉 한 달여 만에 이룬 ‘해운대’의 놀라운 흥행 성적은 이렇듯 제작 및 배급사만의 경사가 아닌 영화계 전반에 그 어느 때보다 남다른 의미로 다가오고 있다.

국내에선 상상도 못했던 대재난, 쓰나미. 그 쓰나미를 소재로 한 영화의 제작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들은 ‘설마, 어떻게’란 반응을 드러냈다. 그리 긍정적이지 못했던 시선은 그러나 ‘해운대’의 한 장면처럼 관객의 눈높이를 넘어서는 시각적 충격과 감동을 버무려 단번에 잠잠해졌다. 1000만 관객 신화를 이룬 영화 ‘해운대’의 성공 요인을 파헤쳤다.

○퓨어 마케팅 승리

엄청난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 영화는 한편으로 산업적 측면에서는 ‘도박’에 가깝다. 그런 의미에서 대작 영화의 마케팅은 실제보다 다소 과장된 포장이 수반돼야 했다. 이러한 호들갑(?)이 더러는 통하기도 했지만, 점차 관객들에게 ‘내성’이 생기면서 그 위력을 잃기 시작했다.

영화 ‘해운대’ 역시 투자 규모나 스케일로 미뤄 ‘과장법’을 충분히 쓸 수도 있었던 상황. 그러나 ‘블록버스터’란 단어를 애써 눌러가며 ‘한국형 휴먼 재난영화’란 소박한 타이틀을 전면에 걸고 관객 끌기에 나섰다. 주어진 자본에서 할 수 있는 극대치를 뽑아냈다고는 하지만, 물난리를 소재로 한 ‘퍼펙트 스톰’ 등 거대한 스펙터클을 자랑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견주기엔 약간 무리가 있었던 게 사실. 따라서 ‘해운대’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수준에 뒤지지 않는다’는 뻔한 거짓을 자제하면서 도리어 관객들로에게 진정성으로 다가가 ‘보고 나니 의외로 괜찮다’는 객관적인 반응을 얻게 된 것이다.

○다중 이야기 구조

그렇다고 볼거리가 없었다는 것도 결코 아니다. 한국영화가 이 정도 그림을 만들어냈다는 자부심을 갖기에 ‘해운대’는 충분한 성공 사례로 꼽힐 만하다.‘해운대’의 진정한 승부수는 여기서부터였다. 볼거리에만 충실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맹점으로 꼽히는 ‘드라마의 부실함’을 파고 들어간 것이다.

구체적으로 ‘해운대’가 선택한 대안은 ‘다중 이야기 구조’였다. 다중 이야기 구조는 커다란 뼈대를 세우고 주변에 여러 인물들을 배치, 각자의 또 다른 이야기를 치밀하게 구성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해운대’는 예기치 않게 맞게 된 쓰나미란 대재앙을 허리로 삼고, 여기에 만식(설경구)과 연희(하지원), 형식(이민기)과 희미(강예원), 김휘(박중훈)와 전 아내 유진(엄정화) 등 세 커플을 등장시켜 이들의 이야기를 얼기설기 엮어놓았다. 000결국 특수효과가 주는 1차적 감정이입에서 더 파고들어가 세대별 극중 커플을 등장시켜 관객 취향에 맞게 빠져들도록 하는, 이를테면 ‘맞춤형 전략’을 쓴 셈이 됐다.

○가족 오락물 대세

시류도 잘 탔다. 올해 들어 큰 호응을 얻은 영화들이었던 ‘가족오락물’의 공식을 충실히 따른 것이다. 이는 불황에 맞물려 심각함보다는 가벼우면서도 기본에 충실한 ‘웰메이드’ 오락물을 선호하는, 관객의 달라진 취향에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이러한 현상은 ‘해운대’를 정점으로 앞서 영화 ‘과속스캔들’, ‘7급 공무원’, 최근 ‘국가대표’로도 입증되고 있다.

허민녕 기자 justi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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