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에서 느끼는 또 다른 외도, 피나클랜드

입력 2009-11-10 20: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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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속에서 가족끼리 한가롭게 보낼 공간을 알려주고 싶었다. 아이디어가 떠오르자 예전 누군가가 좋다고 얘기한 곳의 ‘이름’이 머리 속에 이어 떠올랐다. ‘피나클랜드’(041-534-2580)다. 충암 아산시 월선리에 위치한 이 곳은 아산에 갔을 때 한번 들르고 싶었지만 일정이 되지 않아 지나쳤던 곳. 얼른 짐을 꾸려 차에 올라탔다.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서평택IC로 빠져 나와 30여분 정도 39번 국도를 달리니 목적지가 모습을 드러낸다.

미리 약속한 피나클랜드의 주인 박건상-이상민씨 부부를 만났다. 그런데 얘기를 듣던 중 생각지도 못한 사실을 하나 발견했다. 아내 이씨의 부모가 인기 여행지인 외도를 개발한 최호숙-이창호씨였던 것. 두 사람이 피나클랜드를 조성할 수 있었던 데는 부모를 도와 외도를 만든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 하긴 8만2500㎡의 넓은 부지를 테마관광농원으로 꾸미는 게 아무나 할 수 있을 일은 아니었을 터. 1996년부터 ‘작업’에 들어간 부부는 10년 동안 공들여 2006년 마침내 오픈했다.

이 곳은 시간을 잊은 듯한 공간에서 자연을 그대로 몸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일상의 고민은 잠시 접어둬도 좋다. 꽃을 보고, 나무를 바라보고, 그 사이로 난 길을 한가로이 산책하면서 편안하게 쉴 수 있다. 아이들에겐 경사면에 조성된 잔디밭에서 뒹구는 게 더 없는 행복이다.

“영화 같은 장면이 펼쳐져요. 잔디밭에 들어가면 훼손될 것 같아 처음에는 신발을 벗고 들어가도록 했어요. 잔디를 밟으면 쿠션이 좋잖아요. 아이들이 엄청 좋아했죠. 지금도 아이들에게는 최고 인기 장소에요. 겨울에는 이 곳을 눈썰매장으로 만드는 데 신나라하죠.”

잔디밭을 가로 질러 근사한 풍광이 숨어 있다는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곳곳에서 염소와 토끼 등이 발견된다. “군데군데 목장을 만들었다. 한번 눈으로 보고 끝나는 게 아니라 지속적인 즐길 거리를 주는 거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브론즈 조각상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짐바브웨, 이탈리아 등에서 모은 조각상은 근사한 포토존을 만든다.

실제 이 곳을 찾은 관광객들은 카메라 셔터 누르는 일을 잊지 않았다. 흥미로운 건 조각상을 옮겨 자기가 원하는 자리에 놓고 배경으로 찍을 수 있다는 사실. 청동이라 묵직하긴 하지만 성인이 살짝 옮기는 데는 무리가 없다. “외도하고 정반대로 가겠다고 했는데 보신 분들이 비슷하다고 말할 때는 깜짝 놀란다”는 박 씨. 예쁘고 아기자기한 조각들이 바다와는 정반대인 산에 위치했음에도 관광객들에게 외도를 떠올리게 하는지 모른다.

어느 순간 거대한 규모의 스테인리스 조각이 눈을 사로잡는다. 일본의 유명 작가 스스무 신구의 ‘태양의 인사’라는 작품. 높이 8.6m에 3.6톤의 중량이 나가는 이 조각은 바람에 따라 각기 다른 움직임으로 변한다. 자연의 한 부분인 바람을 느끼도록 한 대목이다.

전망대에 올랐다. 시야가 탁 트인다. 아산만과 서해대교가 한 눈에 들어온다. 도시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란다. 산책하는 동안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음악이 참 좋다. 음악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물어보자 “킨젝스 4기(서강대 그룹사운드)였다”는 말이 돌아온다. 고개가 자연스레 끄덕여진다.

한가로이 걷고, 차를 마시고, 음악을 듣다보니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저문다. 인근 ‘파라다이스 스파 도고’(041-537-7100)로 향했다. 여행의 피로를 푸는 데 스파 만한 것은 없는 듯 하다. 특히나 도고는 온천수가 좋아 더욱 맘에 든다. 노천에서 하늘을 바라보며 상체는 바람을 느끼며, 하체는 따뜻한 온천수에 담근 채 있다 보면 잠이 스르르 밀려든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내 몸이 하나 되는 순간이다.

여기까지 왔다면 예산군 상몽리에 위치한 태신목장(041-356-3154)에 가볼만 하다. 눈앞에 쫙 펼쳐진 99만㎡의 목장은 살아있는 자연학습 체험장이다. 송아지에게 우유를 먹이고, 젖을 짜다보면 아이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핀다. 트랙터를 타고 목장을 한 바퀴 도는 체험은 요새 특히 인기다. 게다가 일반 소보다 3~4배 가량 큰 슈퍼 소가 한 마리 있는데 한번 보면 절대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한다.

목장은 4계절 내내 언제라도 갈 수 있어 좋다. 겨울에는 오히려 더 좋다. 목장의 불청객인 파리가 사라지니까. 파라다이스 스파 도고에서 내놓은 ‘태신목장 스파 패키지’를 이용하면 싸고, 편리하다.

아산·예산(충남) | 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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