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상의 와인다이어리] “재미있는 와인, 전혀 새로운 스타일의 블렌딩을 느껴요”

입력 2009-11-16 13:4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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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와인은 대부분 단일 품종으로 만든다. 포도 품종을 블렌딩한 프랑스 와인과 구분되는 자신만의 강점을 갖기 위해서다. 그러다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구세계 와인에 대한 오마주’를 내세우면서 블렌딩에 도전하는 와인이 하나 둘 씩 등장했다.

롯데백화점이 30주년 기념 와인으로 최근 선보인 ‘몰리나 와인메이커스 블렌드(Molina Winemaker's Blend)’도 과감한 변화에 도전한 와인이다. 그것도 까베르네 소비뇽을 베이스로 또는 메를로를 메인으로 한 일상적인 블렌딩이 아니다. 시라(45%)를 베이스로 까베르네 소비뇽(40%)과 까베르네 프랑(15%)을 섞은 도발적인 블렌딩이다.

몰리나 와인메이커스 블렌드.


30주년 와인을 기획한 롯데백화점 유승현 주류 담당 CMD는 “재미있는 와인이다. 전혀 새로운 스타일의 블렌딩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블렌딩을 책임진 산 페드로 사의 와인메이커 마르코 푸요는 “칠레 레세르바 급 와인 중에서는 최초의 블렌딩이다. 프렌치 오크에서 숙성했고, 우아하고 섬세하게 태어났다”고 설명한다.

기자는 몰리나 와인 중 ‘몰리나 소비뇽 블랑’(화이트)을 좋아한다. 칠레에서 나는 소비뇽 블랑 가운데 톱클래스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맛이 뛰어나다. 2006년 수확한 포도로 만든 최초 빈티지 ‘몰리나 와인메이커스 블렌드’를 마셔봤다. 첫 느낌은 ‘강함’이다. 검은 과실 향에 사라의 스파이시 함이 입 안을 꽉 채운다. 몰리나 와인 중 여성들이 좋아하는 까르미네르에 비하면 상당히 공격적이다. 유승현 MD의 ‘재미있다’는 말은 시라를 베이스로 한 독특한 블렌딩에서 나온 이런 맛을 표현한 걸까.

마르코 푸요는 세계 3대 와인 대회인 ‘디캔터 월드 와인 어워즈’에서 2007, 2008년 연달아 ‘몰리나 소비뇽 블랑’을 대상으로 이끈 결정적인 인물이다. 그가 블렌딩의 매력에 푹 빠져 탄생시킨 ‘몰리나 와인메이커스 블렌드’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어찌 보면 자존심이 걸린 와인으로 볼 수 있다. 이 와인이 세계 최초로 선을 보인 한국 시장에서 과연 어떤 결과를 나타낼까. 이는 합리적 가격과 뛰어난 품질을 첫째 조건으로 내걸고 30주년 와인을 기획한 롯데백화점도, 몰리나 와인의 국내 수입사인 금양인터내셔날도, 그리고 기존 몰리나 와인 애호가들도 상당히 궁금해 하는 부분이다.

‘몰리나 와인메이커스 블렌드’는 롯데백화점에서 5만원에 팔 예정이지만 3000병은 특별 패키지로 제작해 3만원에 판매한단다. 고가 와인은 아니지만 30주년 기념 와인인 만큼 패키지에 신경을 쓴 티가 확실히 난다. 선물 아이템으로 괜찮지 않을까 싶다.

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KISA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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