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기자의 취재수첩] 방송사 연기대상은 광고공로상?

입력 2009-12-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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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저물면서 방송3사도 연말 시상식 준비로 한창이다.

교과서적으로 해석을 한다면 연말 연기 대상은 그해 드라마에서 가장 연기를 잘 한 연기자에게 돌아가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현실은 조금 다르다. ‘대상’의 평가 기준에는 연기력과 함께 이른바 방송사 기여도를 고려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이 기여도란 바로 시청률과 드라마 광고 판매이다.

올해 주요 출연자들이 수상후보로 거론되는 드라마들, MBC ‘선덕여왕’, KBS 2TV ‘꽃보다 남자’ ‘아가씨를 부탁해’ ‘아이리스’ ‘솔약국집 아들들’, SBS ‘아내의 유혹’ ‘찬란한 유산’ 등은 광고가 모두 팔린 이른바 ‘완판 드라마’들이다. 이 ‘완판 드라마’들은 올해 경기 위축으로 경영에 애를 먹은 방송사에 톡톡한 효자 노릇을 했다.

그러나 방송사 입장에서 어떤 프로그램보다 예쁠 수 밖에 없는 이 완판 드라마 중에는 ‘막장’ 논란을 일으킨 작품도 있고 매회 간접 광고로 도배하며 완성도 보다 ‘이슈’로 눈길을 끌었던 것도 있다.

올해 방송된 드라마 중 KBS 2TV ‘그들이 사는 세상’ ‘남자 이야기’, MBC ‘친구, 우리들의 전설’ ‘탐나는도다’ 등은 시청률이나 광고 판매에서 돋보이는 성적을 거두진 못했지만 참신한 시도와 완성도로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이 드라마 출연진을 연말 시상식에서 모두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 방송사의 드라마국 고위 관계자는 시상식을 앞두고 “요즘 매일 두통약을 입에 달고 산다”며 푸념했다. 그들 역시 ‘연기력’과 ‘공로’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사극 같은 장편이나 제작비가 많은 든 대작은 광고 완판이 쉽다. 이처럼 광고가 많이 붙을만한 작품을 선택하지 않으면 사실상 연기 대상 후보도 오르기 힘들다. 연기자들도 이제는 ‘작품만 좋은’ 드라마의 출연은 꺼린다”라는 고민 속에서 ‘방송사 연기대상’의 한계를 엿볼 수 있다.

ricky33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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