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김밥의 유혹. 먹으면 반드시 고등어 잡이 배를 타야한다는 제작진의 말에도 ‘1박2일’ 멤버들의 시선은 이미 충무김밥을 향해 있다. [사진제공=KBS]
“과연 ‘복불복’에 지면 정말 굶을까.”
“진짜 한 겨울에도 밖에서 자는 건가.”
KBS 2TV‘해피선데이’의 간판 예능 코너 ‘1박2일’. 이 방송을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궁금증을 가졌을 것이다.
“카메라가 꺼지면 그래도 따뜻한 방안에서 자겠지”, “설마 밥은 먹이겠지, 인기 스타인데 굶기겠어”라고 의심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한다면 모두 정말이다. TV에 보여지는 것처럼 그들은 ‘쫄쫄’ 굶고 밖에서 ‘덜덜’ 떨며 잔다. 19일과 20일 1박2일’팀은 ‘봄맞이’ 특집으로 경남 통영에서 배를 타고 한 시간 더 들어가는 욕지도에 베이스 캠프를 차렸다. 이날 제작진은 2008년 10월 강원도 인제에 이어 두 번째로 촬영 현장을 공개하는 ‘프레스 데이’(Press Day)를 마련했다.
○AM 6:00 “‘1박2일’서 잠자는 것 아예 포기”
역시 ‘1박2일’이었다. 출발부터 남달랐다. 오전 6시, 서울 여의도 KBS 앞 출발. 꼭두새벽이다. 그나마 기자를 위해 배려한 것이란다. 이미 멤버들과 제작진은 오전 10시부터 시작하는 오프닝을 위해 새벽 4시에 통영으로 출발했다. 이명한 PD는 “야생을 있는 그대로 멤버들과 함께 느껴보라”며 “기자도 야외취침은 피해갈수 없다”고 초반부터 으름장을 놨다.
○AM11:00 “대본? 그런 거 몰라요”
통영 달아항에 도착하자 제작진이 촬영 순서가 시간대별로 적힌 일정표를 건넸다. 하지만 이어 따라오는 설명, “이 순서대로 진행된 적은 거의 없어요.”
마침 강호동 김C 이수근 은지원 MC몽 김종민 이승기 등 멤버들이 “봄냄새가 물씬 풍기는 여기는 통영입니다”라고 말하며 한창 오프닝신을 찍고 있었다. 봄냄새? 그날 통영은 영하의 날씨에 매서운 바닷바람이 불고 있었다. 방송 예정일이 3월21일과 28일이다 보니 ‘그들만의 봄 잔치’를 시작한 것이다.
이날 현장에서는 결혼 소식이 알려진 은지원의 깜짝 기자회견이 마련됐다. 스케치북을 찢어 ‘축! 은지원 결혼회견’이라고 쓴 플래카드와 간이 테이블로 만든 기자회견장이 즉석에서 만들어졌다. “네가 장동건도 아닌데 그냥 솔직하게 털어놓으라”는 강호동의 압박에 은지원은 어쩔 수 없이 결혼 소감을 밝혔다.
○PM 1:00 “‘복불복’ 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욕지도에 가려면 배를 1시간 정도 타야 한다. 배안에서 어김없이 ‘복불복’ 게임이 시작했다. 제작진은 충무김밥으로 멤버들을 유혹했고, 김밥을 먹는 멤버는 ‘고등어잡이 배’를 타야한다. 결국 충무 김밥의 유혹에 모두 무너졌고, 고등어잡이에 나서게 됐다.
○PM 3:00 “‘승부사’ 강호동, 게임은 모두 그의 입에서”
벌칙을 그냥 당할 강호동이 아니었다. “바다에 뛰어드는 순서에 따라 고등어배 승선을 취소해 달라”는 요구했다. 제작진이야 당연히 OK. MC몽부터 강호동 김C 이승기 김종민까지 줄줄이 차가운 겨울 바다에 뛰어들었다. 결국 물에 뛰어들지 못한 은지원과 이수근이 고등어잡이에 나섰다. 그들을 따라 기자가 배를 타려고 하자 강호동이 극구 말린다.
“우리가 오죽했으면 추운 겨울 바다로 뛰어들었겠습니까? 타지 마세요.”
복불복 게임 연습을 하고 있는 강호동과 이수근. [사진제공=KBS]
○야외 취침, 한겨울엔 봐준다?
장동건이 와도 안봐준다 지면 무조건 침낭!
레몬 통째로 먹기 게임에 걸려 괴로워하는 MC몽을 쓰다듬어 주는 은지원. [사진제공=KBS]
○대본, 사실은 있다?
촬영 일정표만 달랑. 무조건 있는 그대로
○PM7:00 “먹지 못하면 산해진미가 무슨 소용.”
제작진이 전복 고등어회 소라 우럭구이 문어숙회 등 ‘욕지도 용궁뷔페’를 차려놓고, 저녁식사 ‘복불복’ 게임을 제안했다. 제기차기, 딱지치기, 윗몸일으키기, 줄넘기, 코끼리코 돌리기, 레몬 통째로 먹기, 지는 가위바위보 게임까지 7명 각자에게 주어진 미션을 99초 안에 성공해야 먹을 수 있다. 방송에는 잠깐 등장하지만 녹화에서는 좋은 영상이 나올 때까지 수십 번 게임을 반복해 멤버들의 체력 소모가 심했다. 은지원이 “가수로 활동할 때도 한번도 안 겪은 성대결절이 여기서 걸렸다”고 말할 정도.
이날 멤버들은 김종민의 활약(?) 덕분에 맨밥에 김치만 얹어서 먹었다. 원래 ‘복불복’에서 지면 굶어야 하지만, 그나마 이날만은 특별히 밥에 김치가 제공했다. 결국 ‘욕지도 용궁 뷔페’는 기자와 제작진의 몫이었다.
○PM11:00 “잠자리라도 따뜻하게”
잠자리 복불복은 강호동의 즉석제안으로 이뤄졌다. 기자들과 제작진이 팀을 이룬 100여명 대 ‘1박2일’ 멤버 간에 대결하자는 것. 벌칙은 물론 야외 취침. 강호동은 “기자도 봐주지 않는다. 야외취침 각오하라”고 승부욕을 불태웠고 기자들과 제작진팀 역시 만만치 않았다.
새벽1시까지 이어진 게임에서 제작진과 기자팀이 극적으로 승리했고, 결국 멤버들은 추운겨울 바닷바람을 맞으며 침낭 속으로 들어갔다.
욕지도(경남)|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