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싱Q|시상식의 꽃, 레드카펫의 모든 것] 하나 뿐인 의상, 한번 뿐인 기회…망설임없이 보여주죠

입력 2010-12-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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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혜수로 본 레드카펫 드레스

베르사체·구찌 등 여성미 돋보이는 브랜드 선호
같은의상 입으면 ‘굴욕’…옷 한벌 놓고 경쟁 치열
10년전엔 디너쇼 수준 의상…화려함 꿈도 못꿔

레드카펫 드레스의 산증인으로 통하는 배우 김혜수는 시상식 레드카펫이 흔하지 않았던 90년대 말부터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시선을 집중시켰다. 사진은 11월 말 열린 한 영화시상식에서 가슴골을 강조한 광능적인 드레스를 입고 레드카펫을 밟는 김혜수의 모습. 스포츠동아DB

김혜수는 레드카펫의 여인으로 통한다. 시상식은 있어도 레드카펫은 없던 시절부터 과감한 디자인의 드레스를 입고 팬들 앞에 나섰다. 김혜수가 레드카펫 그리고 드레스의 심볼로 꼽히 시작한 것은 10여년 전. 1999년 처음 진행자로 나선 한 영화 시상식과 인연을 맺으면서다. 이후 김혜수는 각종 영화 시상식과 연예 관련 행사에 나설 때마다 자신의 장점인 볼륨있는 몸매를 강조하는 관능적인 드레스로 매력을 과시해왔다. 레드카펫의 산 증인 김혜수를 통해 화려한 드레스의 세계를 살펴본다.


# 김혜수…시상식 드레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90년 대까지만 해도 수입 드레스가 드물었어요. 구할 수 있는 드레스는 패티킴 선생님이 입던 스타일인데 그래서 더 노숙하게 보였죠.” 초기 자신에게 맞는 드레스를 선택하는 일이 쉽지 않았던 김혜수는 국내 드레스 브랜드를 빠짐없이 찾아 의상을 골랐다. 하지만 선택의 폭이 좁으니 나이와 체형, 행사 분위기와 맞는 맞춤형 의상을 고르기는 사실 불가능했다.

김혜수가 레드카펫에서 눈길을 끌던 90년대 중·후반까지만 해도 해외 명품 드레스가 국내에 수입되는 일은 거의 없었다. 레드카펫은 물론 시상식 드레스 코드도 활발하게 정착되지 않았던 탓이다. “레드카펫에 처음 서기 시작한 게 20대였다”는 김혜수는 디너쇼 등 화려한 무대에 서는 중년 가수들이 주로 입는 드레스에서 자신에게 맞는 의상을 골랐다.

“패티김 선생님이 입는 드레스를 입을 수밖에 없어 실제 나이보다 더 노숙해보였다”는 김혜수는 “화려하게 즐기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당시의 상황은 마음처럼 여유롭지 않았다”고 돌이켰다. 드레스 협찬이란 개념도 없던 탓에 김혜수는 드레스를 모두 자비로 구입했다. 다른 의상에 비해 고가였지만 입어야 하니 어쩔 수 없었다.


# 드레스 선택에서 입기까지…10년 사이 달리진 모습

10년 사이 ‘드레스 환경’도 크게 바뀌었다. 다양한 분야의 시상식이 생긴데다 가요 시상식이나 연말 방송사 시상식에서도 이제는 식전 행사로 레드카펫을 진행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수요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공급도 늘어났다. 김혜수는 요즘 수입 명품 드레스 브랜드들로부터 협찬 제의를 받는다. 그가 최근 레드카펫에서 선호하는 드레스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페라가모의 제품. 지난해에 이어 올해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도 페라가모가 출시한 가슴골을 강조한 검은색 롱드레스를 입고 관능미를 뽐냈다.

해외무대에서 인정받는 스타들이 늘면서 명품 브랜드에서 먼저 국내 스타들에게 드레스 협찬을 제의하는 것은 물론 단 한 명의 스타만을 위한 ‘1인용’ 드레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세련된 드레스 코드로 화제를 몰고 다니는 전도연이 대표적인 경우다. 2007년 ‘밀양’으로 프랑스 칸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을 당시 그가 입은 등과 어깨를 과감하게 드러낸 은빛 드레스는 2000만원을 호가하는 랄프 로렌 제품. 영화제 도중 전도연의 수상 유력 소식이 알려지자 랄프 로렌 측이 먼저 협찬을 제의했다.

우리 여배우들이 선호하는 드레스 브랜드는 여성미가 돋보이는 암살라부터 베르사체, 구찌, 크리스찬 디올 등 유명 명품. 올해는 도나카란(수애), 보르보네제(송윤아)까지 다양한 브랜드가 각광받았다.

# 고가의 드레스들, 입고나면 어디로?

수백에서 수천 만 원을 호가하는 드레스들은 레드카펫과 시상식이 끝난 뒤 어떻게 될까. 대부분 협찬이기 때문에 행사가 끝나면 곧바로 반납해야하는 게 원칙. 세탁 등 기본적인 수선을 거친 뒤 해당 브랜드에 돌려준다.

물론 비에 젖거나 찢어진 드레스는 다시 판매할 수 없다. 게다가 드레스는 스타들의 체형에 맞춰 수선을 거친 탓에 사실상 레드카펫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뒤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드레스 경쟁이 치열한 연예계에서 남이 먼저 입은 드레스를 다시 입으려는 연예인은 없다. 혹여 같은 의상을 입었다가 모습을 비교하는 사진이 등장해 ‘굴욕’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고급 브랜드일수록 소수의 톱스타 협찬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드레스 협찬에도 이른바 ‘스타의 급’이 존재한다”며 “톱스타일수록 수월하게 드레스를 협찬 받지만 매 시즌 괜찮은 의상은 한정됐기 때문에 한 벌의 드레스를 놓고 스타들이 벌이는 경쟁도 치열하다”고 귀띔했다. 자비로 구입한 드레스를 간직하거나 수선해 재활용하는 스타도 있다. 바로 김혜수가 대표적이다. 그는 “드레스 소재가 워낙 고급스러운데 그냥 두기 아까워서 아래 천을 잘라서 미니 원피스로 바꾸거나 허리 부분을 잘라내고 톱으로 입고 있다”고 말했다.


# 김혜수 “드레스는 나에게 주는 선물”

여배우에게 드레스는 화려함을 배로 늘려주는 장치다. 평소에는 얌전했던 스타들도 레드카펫에만 서면 가슴이며 어깨, 등을 망설임 없이 노출하는 이유도 하나 뿐인 의상, 한 번 뿐인 기회라는 욕망이 작용한 결과다. 김혜수 역시 레드카펫 드레스를 두고 “한 작품을 끝낸 뒤 내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정의했다. 다른 여배우들에게도 드레스는 특별한 의미다.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는다는 건 스타로 인정받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영화 ‘방자전’으로 재기에 성공한 조여정도 레드카펫에 남다른 애착을 보이고 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를 시작으로 대종상, 대한민국영화대상은 물론 마카오에서 열린 엠넷아시아뮤직어워드까지 잇따라 밟으며 레드카펫 스타로 떠올랐다. 하이힐이 벗겨지기도 했고 드레스를 밟는 실수도 했지만 올해 조여정 만큼 레드카펫을 유쾌하게 소화한 스타는 없다. 조여정은 “수상 여부와 상관없이 레드카펫을 즐기고 싶다”며 밟고 싶어도 초대받지 않으면 설 수 없는 그 무대가 지닌 특별한 의미를 강조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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