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문고가 들려주는 ‘모던걸’ 이야기

입력 2010-12-08 14:4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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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고 연주팀 ‘다비’가 독특한 콘셉트의 연주회를 연다.

‘마음을 정화시키는 단비’라는 의미를 가진 ‘다비’는 강희진, 안정희 두 사람으로 구성된 거문고 앙상블이다.

2009년 현대풍의 세련된 편곡과 연주로 국악계의 주목을 받은 첫 번째 음반 ‘더 스토리(The Story)’를 발표하며 활발한 연주 활동을 펼쳐 온 ‘다비’는 올해 통영국제음악제에서 ‘라이징스타상’을 수상하기도 한 실력파 그룹이다.

17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원서동 북촌창우극장에서 열리는 이번 연주회는 1930년대 예인들의 음악을 거문고로 연주하는 흥미로운 아이디어로 진행된다. 개화기의 풍류, 신민요, 동요를 거문고 음악으로 복원하는 작업이다. 당시에 제작된 영상도 보여준다.

거문고는 유장하고 꿋꿋한 선비적 이미지를 지닌 악기이다. 하지만 일제강점기만 해도 각 지역에는 고유의 ‘거문고 풍류’가 존재했다.

음악평론가 윤중강은 “거문고의 중요한 줄인 유현(遊絃)은 이름 그대로 놀면서, 즐기면서 타야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가야금은 여성적이고, 거문고는 남성적이라는 이데올로기에 갇혀 있다. ‘다비’의 이번 연주회에서 관객들은 수양버들처럼 남실남실한 거문고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비’는 연주회에서 동요 ‘달마중(윤석중 작사·홍난파 작곡)’, 가요 ‘휘파람(손목인 작곡·고복수 노래)’, ‘눈물의 노리개(김해송 작곡·이화자 노래)’ 등을 들려준다.

머리를 짧게 자르고 세련된 패션을 뽐냈던 ‘모던걸’, 인천권번의 ‘예기’, 남성 중심 사회에서 새로운 가치관을 꿈꾸었던 ‘여학생’의 모습도 만날 수 있다.

1930년대의 음악을 유성기로 듣는 듯, 아련하고 애틋한 무대이다.
(공연문의 02-747-3809·전석 1만원)

스포츠동아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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